2011학년도 입학생부터 적용될 교과과정의 정기 개편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전공과목이야 각 학과 또는 학부에서 각자 맡아서 정할 일이다. 그러나 교양과정은 전교생에게 적용되므로 모든 이의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현재 개설되는 교양과목 수는 총 170여개에 이른다. 기초교양, 핵심교양, 일반교양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필수와 선택과목이 있다. 현행 교양교과과정에 대한 불만의 소리는 교수 학생 양쪽으로부터 다 들린다. 교수들은 과목의 신설이 어렵고 본부의 획일적인 규제가 많다는 지적을 한다. 학생들은 사실상 들을만한 교양과목이 많지 않다고 불평한다.

교양과정 개편의 출발점은 교양과목의 정의에서 출발해야 한다. 교양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인간의 정신능력을 일정한 문화이상(文化理想)에 입각, 개발하여 원만한 인격을 배양해 가는 노력과 그 성과”이다. 좀 의역하면, 본인의 특정 직업과 상관없이 모든 인간이 품위있게 살아가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공통의 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전공지식을 쉽게 설명하는 것이 교양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모든 학과가 교양과목을 개설할 필요는 없다. 도구적 성격의 학문, 공통 지식을 제공하는 학문 등만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강의하면 된다.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 있기는 하다. 만약 특정 교수만 가르칠 수 있는 내용이라면 이는 교양이라고 말할 수 없다. 소수의 학생들만이 수강하는 과목 역시 교양과목이 아니다. 이 둘 다 보편적 지식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과과정의 개편이 늘 만족스럽지 못한 이유는 학과 이기주의와 교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종 수요자인 학생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해서도 안 된다. 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이 당장은 다소 기피하더라도 반드시 가르쳐야만 하는 지식도 있다.

교양이 인간이 갖추어야 할 보편적인 지식이라고 해도 모든 교양과목을 학생들이 수강하기는 어렵다. 자신의 가치관과 진로 방향에 따라 그 중 일부 과목만 수강하게 된다. 따라서 너무 많은 과목을 필수로 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과에 따라 반드시 들어야 할 필수 교양과목을 소수 지정하고 나머지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허용해야 할 것이다.

기본 원칙이 합의되더라도 실제 교양교과과정 개편과정이 순탄할지는 알 수 없다. 대학의 거버넌스는 매우 특이하여 기업과도 다르며 공동체사회와도 다르다. 모든 것을 명령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합의할 수도 없다. 본부에서는 교양과정의 기본원칙을 명확히 설정하고 적절한 인센티브를 활용하여 학과 및 교수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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