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현역 건축가로 안도 다다오(安藤忠雄)가 있다. 이 건축가가 얼마나 대단한가 하면 세계 건축계의 노벨상에 해당되는 프리츠커상을 1995년에 수상했으며, 1997년에는 영국 왕립건축학회 로얄골드상 수상, 2002년에 미국 건축학회 골드메달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도쿄대와 예일대, 하버드대, 콜롬비아대의 객원교수를 역임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채롭고 화려한 건축가 학력은 대졸이 아니라 오사카의 평범한 공업고등학교 출신이라는 점이다. 그는 공고를 졸업하고 잠시 프로복서 생활을 하기도 했으며 화차기관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헌책방에 들렀다가 20세기 최대의 건축 거장이라도 불리우는 르 꼬르비지에의 작품을 소개하는 책을 우연히 접하면서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후, 완전히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하여 대가가 된 것이다.

‘근대 건축과 동양적 세계관을 결합한 건축가’, ‘건축의 누드작가’, ‘자연과 명상의 건축가’ 등 그를 수식하는 말은 수 없이 많지만, 그의 건축은 기존의 서양건축의 논리를 넘어 서서 동양적인 건축과 자연이 공존․공생하는 점에 주목하여 자연 그 자체를 느끼고 체험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 근본은 현대건축의 기능을 추구하면서도 그 기능의 바탕을 일본의 전통적인 공간개념에서 찾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소 장황하게 안도 다다오를 소개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공고 졸업이후 그가 살아온 치열한 삶의 궤적이다. 스스로가 밝혔듯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해 정상에 오르기까지에는 험난하고 고통스러운 순간의 연속이었다. 이를 극복한 불굴의 의지를 그 스스로 이렇게 말한다. “매사 처음부터 뜻대로 되지 않았고, 뭔가를 시작해도 대개는 실패로 끝났다. 그래도 얼마 남지 않은 가능성에 기대를 품고 어둠속을 걸으며 한 줄기 작은 희망의 빛을 필사적으로 찾아온 인생이었다. 무엇이 행복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참된 행복은 빛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빛을 멀리 가늠하고 그것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몰입의 시간 속에 있는 것이다”.

둘째, 전문가로서의 건축관이다. 요컨대 그는 서양(건축)을 끌어 들이되 서양화 되지 않고 일본 고유의 특성을 그가 지은 건축에 접목 시켰다는 것이다. 모방을 통한 창조라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근대적 공간, 특히 도시는 오래전부터 그곳에 살던 인간 역사의 결집이며, 그 시간이 아로새겨진 공간이어야 된다는 인간중심적 관점의 사고도 돋보인다. 인간이 모여 사는 도시를 포함한 현대공간이 상품으로 취급되고 소비 되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셋째는 어느 분야든 능력과 기량이 출중하면 학벌과 상관없이 클 수 있는 일본사회의 특징이다. 몇 해 전 우리 사회를 크게 흔들었던 신정아의 가짜 박사학위 파문에서 보듯이 우리의 경우 능력과 실력보다 외형적 간판을 중요시하는 문화와 대비된다. 또한 그는 도쿄가 아닌 오사카를 무대로 성장했고 여전히 오사카에 살고 있으며, 1973년에 그가 처음으로 지었던 소형 주택을 개조해 지금까지 건축 아뜰리에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부산의 공고출신 한 청년 백수가 아무런 학력 없이 부산에 살면서 세계적 건축가로 성장했다는 말이 된다.

관심있는 학생은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안그라픽스, 2009)를 읽어 보길 권한다. 인연은 사람과의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책과의 만남에서도 비롯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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