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가셨다. 법정 스님의 병이 위중하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병마저도 무소유하시길 바랬다. 그래도 죽음은 어느 누구도 소유하지 않을 수 없나보다. 그가 가신지 어느덧 보름이 넘었건만 남기신 수많은 가르침은 잊혀지지 않는다. 법정 스님은 떠나실 때도 아름다운 마무리를 보이셨다.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위해 쓰라하셨기에 마지막까지 ‘무소유’하셨다. 그가 남긴 유언대로 그 흔한 조화도 조사도 만장도 장례식도 없었다.
법정 스님은 우리 대학과도 깊은 인연이 있다. 1953년 우리 대학 상과대학 경제학과에 입학하셨고 1955년에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인이 되겠다’며 출가를 결심하면서 2년 만에 제적당하셨다.
이후에도 법정 스님은 우리 대학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1985년 경에 익명으로 1천만원을 장학금으로 내놓으셨다. 그때 스님은 "내가 인세로 2천만원을 모았는데, 이 돈은 글을 써서 모은 돈이고 나로 하여금 글을 쓸 수 있게 해준 곳이 전남대학교니 전남대에 반액을, 그리고 현재 몸담고 있는 곳이 승가이니 거기에 남은 반액(1천만원)을 기탁한다"고 하셨다고 한다. 우리 대학이 글을 쓸 수 있게 해준 곳은 아닐 터인데 이리 ‘큰 보답’을 주셨던지 송구스럽다.
평생 동안 욕심을 모른 채 간소하고 청렴하게 살아온 스님. 무소유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를 살피는 일이라고 설파하셨던 스님. 진실된 통섭을 하셨던 스님. 진정한 행복은 이 다음에 이뤄야하는 목표가 아닌 지금 당장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하신 가르침까지 평생 기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