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청원 김성호교수

'내부고발자'는 항상 외롭다. 주변의 곱지않은 시선도, 집단 따돌림도 감수해야 한다. 교수사회라고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더 했으면 했지, 이해하고 감싸 안으려는 동료의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교육부와 감사원, 부패방지위원회 등에 불공정교수공채에 대한 감사를 청원한 5명의 교수들은 이를 '스스로 얼굴에 침을 뱉는 심정'이라고 표현했다. 김성호교수(전남대 수의학과)가 또다시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대학내부의 문제를 내부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외부기관에 청원까지 한 배경은?
"내부 판단기구가 본질에 대한 접근을 못하고 있다. 재발방지나 대책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문제제기 집단만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외부의 객관적인 시각을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다.
-외부기관에 청원하기까지는 쉽지 않은 결단이었을텐데.
"교수라는 직업 자체가 주장이나 판단에 대해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수년동안 계속되고, 예견됐던 문제가 터졌는데도 일과성으로 또 지나가는 현실이 답답했다. 청원은 내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 중의 하나이고, 청원목적은 재발방지다.

-'수의대가 전남대 얼굴에 먹칠은 한다'고 대부분 동료교수들이 생각하고 이다. 왜 이런 인식이 빚어지나.
"사안의 본질에 대한 접근이 없이 제3자 입장에서 양비론적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는 문제를 명예롭게 해결해야 한다. 문제가 터졌을 때 과연 조용히 있는 것이 미덕인가. 양비론을 펴는 사람들이 가장 도덕적인양 비쳐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난 95년부터 비슷한 불공정시비가 계속 반복되고 있는 근본 원인은?
"한마디로 '자기 사람 심기'가 가장 큰 문제다. 다른 과가 조용하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수의학과는 그나마 그런 말이라도 할 수 있는 분위기니까 오히려 민주적이다. 다른과 교수들과 우리는 명예에 대한 가치판단 자체를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동료교수들이나 대학 당국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공채 결과에 따라 응시자의 인생이 바뀌는 문제이다. 장난치면 안된다. 정당한 근거와 사유로 자유경쟁시켜야 한다. 교수회의에서 거수해서 결정한다면 공채제도 자체의 존재이유가 없다. 본부는 좀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동료교수들께는 본질에 대한 자세하고 명확한 인식을 하고 나서 자신의 의견을 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영홍 전남대교육연구처장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취임 4일째를 맞는 백영홍 전남대교육연구처장의 시각은 이전과 사뭇 달랐다.
교수평의회 평의원때 "'review article'을 연구실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백처장의 의식 내면에는 보직교수로서 요구되는 입장과 평교수때의 의식이 불안하게 공존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백처장은 우선 수의대문제와 관련, 특정인의 영어논문 이름 표기 'Chang'을 문제삼아 연구실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본인이 확인되면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래도 전공심사위원회의 판정을 존중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공채심사 내용을 외부에 누출하지 않는다는 것을 서약한 공채심사위원들이 이를 어긴 것은 잘못 아니냐"며 불공정 문제제기를 한 교수들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른 모든 교수들이 공람할 수 있도록 교수휴게실에 심사자료를 공개한 법학과 심사위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잘 못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잘못됐다"면서도 이의 처벌여부에 대해서는 답을 주지 못했다.

그는 "법학과 교수회의가 전통이라며 공정위 재심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며 "대학교수는 잘하는 것은 상주기는 쉬워도,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전남대 교수공채의 불공정시비가 왜 끊이지 않는 지를 시사해주는 말이다.

백처장은 "공채제도를 사실상 개악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이질적으로 서로 다른 대학에서 모여든 교수사회에서 말썽이 빚어질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며 "완벽한 지침은 없으며, 규제를 가할 수록 빠져 나가는 변수가 많이 생긴다"고 답했다.

/시민의 소리 양근서 기자 (rootyang@simi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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