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쿠버 동계 올림픽으로 대한민국은 울고 웃었다. 한국 빙속은 밴쿠버에서 신화를 창조하고 또 창조해냈다. 모태범과 이상화 선수의 남녀 스피드 스케이팅 500m 금메달, 이승훈 선수의 1000m 금메달, 김연아 선수의 세계 신기록, 다시 한 번 검증된 쇼트트랙 등 최초와 금빛의 연속이었다.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는 스릴에, 눈물 나게 하는 휴먼드라마에, 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액션까지 대한민국의 행복한 2월이었다. 그 행복한 와중에 ‘이규혁의 눈물’을 보았다. 이규혁은 초등학교 6학년인 13살 때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20여년 동안 세계선수권대회를 3번이나 재패하며 스피드스케이팅의 한국 간판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유난히도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이규혁은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출전을 시작으로 5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세웠으나 결국 결실을 맺지 못한 채 마지막 도전을 마무리했다. “안 되는 것을 도전해야 하는 게 슬펐다”는 쓰디쓴 고백도, 경기를 마친 후 빙판에 쓰러져 어깨를 들썩이는 모습도 두고두고 떠올랐다. 우승이 어렵다는 본인의 예감 속에서도 남에게 보여 주는 삶이 아니라 온전한 내 삶을 도전한 그의 견고한 각오와 용기가 존경스럽다 못해 부럽기까지 하다. 사실 안 된다는 것도 갈 때까지 가본 사람만이 내뱉을 수 있는 말이 아닌가.

우리 전남대인들도 이규혁 같은 자신만의 ‘온전한 삶’을 찾아갔으면 좋겠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도 도전하고 끝까지 해보는 사람.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도 그들만의 길로 온전한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이 돼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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