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
전남대 수의대만큼 섬뜩하게 이 진리를 확인시켜주는 사례가 있을까.
지난 95년 이래 교수공채가 있을 때마다 반복되는 불공정 논란, 이에 문제제기를 한 동료교수에 대한 명예훼손고소, 법원의 무죄판결에 따른 불·탈법 사실 확인, 국정감사장에서의 집중 질타…. 그러나 또다시 반복된 6번째 불공정 시비.

지켜보는 사람들마저 허탈하게 만드는 수의대의 '불공정교수공채시비'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더욱이 이번에는 동료교수들이 직접 나서 외부기관인 교육부와 감사원, 부패방지위원회에까지 감사를 청원하고 나섰다. 교수들의 집단청원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치닫고 있는 수의대에서는 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지난 20일 교육인적자원부에는 '전남대 수의학과 교수임용문제 진상조사요구'라는 청원서 한통이 접수됐다.
S모,K모,L모교수 등 수의학과 교수 5명이 집단으로 연명한 이 청원서에는 지난 95년부터 올해까지 6차례에 걸쳐 수의대에서 일어난 일들이 소상히 적혀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해 국정감사와 언론, 시민단체 등을 통해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올해 29회 공채 때 또 다시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재발했다는 점. 이번 사태 역시 과거의 '자기 사람 심기'를 위해 특정 응시자에게 불리한 심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이번 수의학과 공채 한 전공분야에는 전남대와 건국대출신 등 모두 2명이 응시했다. 그런데 건국대출신 응모자가 제출한 2편의 논문을 연구실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말썽이 빚어졌다. 먼저, 의학계나 자연과학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실린 Review Article(리뷰 논문)을 연구실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Review Article은 의과대학과 자연대는 물론 수의학과에서조차 연구실적으로 인정해 왔던 논문이다.

또, 동일인이 제출한 연구실적물 중 저자명의 영문철자가 'Jang'이 아닌 'Chang'으로 잘못 표기됐다는 이유로 연구실적물에서 제외했다. 이 과정에서 심사위원 6명 가운데 2명의 심사위원이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며 연구실적물로 인정할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10시간 반 동안의 마라톤 심의끝에 이 특정 응모자의 연구논문 2편은 실적대상에서 제외됐다.

심사위원으로서 이에 반발, 공채공정관리위원회에 이어 교육부등에 감사를 청원한 L교수는 "도장을 찍지 않으면 회의가 끝나지 않을 분위기였으며, 심리적으로 심한 압박과 부담감때문에 합의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수의대의 불공정교수임용 시비는 이미 고질병이 될 정도로 해묵은 문제가 되고 있다. '자기사람'을 심기 위해 공채관련 공문서를 변조하는 일이 벌어졌는가 하면, 시험문제를 특정 응모자에게 사전에 누출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번 사태까지 포함하면 몇몇 교수들이 해마다 문제를 일으키면서도 집요하리만치 '자기사람심기'를 강행하고 있다고 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물의 생존본능인 '종족번식욕'과 수의대의 '동종교배'집단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갈수록 분간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시민의 소리 양근서 기자 (rootyang@simi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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