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공동체 생활기

"똥이 밥이다는 것만 알면 공동체가 보여"
변산공동체에서 일하고, 먹고, 자면서 친환경적 삶을 배우다

#빨간 벽돌집 건물에 들어서다
논길을 가로지르며 환호성이 터진다. 농약이다 뭐다 해서 논에서 무엇을 찾는다는 것이 참 어색했던 우리에게 어린 시절에나 봄직한 다슬기가 보인 것이다. 그 설레임 담고 졸졸 흘러가는 시냇물 소리 들으며 아직은 풋풋한 고추밭을 지나 변산공동체라는 팻말을 단 밝은 적색의 벽돌집에 들어섰다.

#콧노래 부르는 가족 앞에 피로마저 잊어
첫날 도착해서 왼쪽 검지에 물집 잡히게 마늘을 까던 모두가 쨍쨍한 햇볕이 내리쬐는 땅콩밭 고랑을 차지하고들 앉았다. 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밭에서 30분도 제대로 일을 못한 사람들이 고랑에 주저앉아 눈치를 볼무렵 콧노래 부르며 마주오는 공동체 가족들의 모습에 다시 한번 다리에 힘!!
조금만 더 매면 저기 큰 나무 그늘로 갈수 있으리라 믿으며 속력을 내던 우리에게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새참 들고 하세요" 막걸리 한두병은 10여명의 사람들이 비빔밥 그릇에 가득 담아 몇 번 돌리고 나니 바닥이 드러나고, 시원한 수박과 토마토로 만들어낸 화채는 사자같이 젊은 놈들의 간절했던 마름을 달래준다.
두꺼비 한 마리에 비명을 질러대고 그 굼뜬 움직임을 애써 외면하고 풀을 메다보니 어느새 하루해가 길게 꼬리를 내리는 시간, "우리는 칼 퇴근이예요. 얼른 씻고, 식사하시게요" 라는 낭랑한 가족들의 목소리에 뻐근한 다리를 펴고, 머리에 쓴 수건으로 먼지를 털어내며 흘러가는 개울가로 달려간다.

#함께 먹고, 함께 논의하고, 함께 살아가다
아직 씻지 못한 사람, 화장실에 앉아있던 사람들도 한자리에 빙 둘러앉는 밤 9시가 되면 트럭을 타고 나무네 가족도 가을이네 가족도 찾아온다. 공동식당에서 함께 식사하는 가족들, 따로 해결하는 가족들도 이 시간만은 예외가 없다. 오늘 새로 산 닭모이가 얼마였는지, 다음날 어느 밭을 메야 하는지, 어디 짐을 옮겨야 하는지 함께 의논하고 어떤 손님이 왔는지 인사를 나누고 나면 하루가 정리된다.

#풀벌레가 지키는 밤을 이어서
희뿌옇게 어둠이 걷히기 시작하는 다섯시 반이 되면 간밤의 적적함을 채우던 풀벌레 소리 물러나고 갓 일어난 사람들의 인사가 마당을 채운다. 눈꼽도 떼지 못한채지만 어느 한사람 부끄럽거나 어색함이 없이, "안녕히 주무셨어요?"를 건네는 촉촉한 새벽 공기 속에 어제 벗어놓은 장갑을 끼고, 땀냄새 밴 겉옷을 걸치고, 시냇가에 씻어놓은 호미를 들고 땅콩나무 헤치러 나간다. 어느새 간밤에 내린 이슬로 축축해지는 장갑이 거추장스러워 벗어던지고 신발마저 벗어버리면 정말 내가 밟은 이 시원한 땅 위에서 느끼는 편안함에 간밤에 느낀 근육통마저 사라지고 만다.
"우리 밭에도 감자를 심어야겠어"
"땅콩나무는 이렇게 생긴거야?"
재잘재잘 들려오는 사람들의 수다가 태양아래 오전 작업에 활기를 불어넣어준다. 전업주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아저씨도 "자연에 더불어 사는 것만큼 행복한 것이 없지요. 현 사회가 말하는 자기 만족이라는 것이 경쟁 속에서 누군가를 밟고 파괴하는 것이지만 자연은 우리에게 그것만이 다는 아님을 전하잖아요"라며 밀짚모자 눌러쓰고 그 선한 웃음을 띠며 함께 풀을 메고 따뜻한 삶을 이야기한다.

#똥은 밥이다, 이제 좀 깨달았어?
땅콩밭을 매면서 만난 두꺼비는 두 마리, 굼벵이는 셀수도 없고, 지렁이는 이어놓으면 변산에서 광주까지도 옴직했다. 그 기름진 땅이 되기까지 부지런히도 움직였던 공동체 가족들은 "가뭄은 몸서리치게 싫다"고 한다. "저 끝 저수지에서 말라붙은 강바닥에서 부엽토 모아다가 이 땅을 만들었다"는 가뭄 덕을 본 땅이 바로 그 땅콩밭이었다.
손수 지게로 지고 나른 그 고생의 흔적으로 일궈진 이곳에서 "화장실 퍼낼때가 됐다"며 또한번 "똥은 밥이다는 것 좀 느꼈냐?" 는 공동체 가족들. 일상의 푸근함 곳곳에 그들의 땀방울로 이뤄진 친환경적인 삶을 그렇게 보여준다.

백지선 기자 kindpl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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