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운영, 지역경제 여건 등 고려할때 일반 구장이 효율적
광주에 야구장 논란이 한창이다. 무등경기장 야구장이 낡아 새로운 야구장을 짓자는 움직임이 일면서 새 야구장의 형태가 논란이 된 것이다. 즉, 일반 야구장을 지을 것이냐, 돔구장을 지을 것이냐의 논쟁이다. 이는 광주시가, 구체적으로는 박광태 광주시장이 돔구장을 추진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하면서 야기된 문제다. 이에 <전대신문>은 이선호 프로야구 전문기자로부터 돔구장 건설의 문제점에 대해 들어본다.<편집자주>


현대 건축술의 정수가 집약된 웅장한 자태, 영화관의 스크린 같은 LED 풀컬러 멀티비젼, 눈부신 조명과 녹색의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 거기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즐길 수 있다. 이런 꿈같은 돔구장이 광주에 생긴다. 그러나 박수를 치기에는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돔구장이 가진 문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전부터 돔구장의 필요성과 관련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일본 6개 돔구장 가운데 흑자를 낸다는 도쿄돔은 도심에 위치해 있고 2000만 명이 넘는 잠재적 수요자를 갖고 있다. 145만 명의 광주에서 흑자는 어렵다. 돔구장 연간 운영비는 수 백억 원이 소요된다. 부족분은 과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시민들의 눈은 즐겁겠지만 주머니는 가벼워진다. 깔끔한 옥외구장에서 6000원이면 3시간 넘게 야구를 즐길 수 있다. 돔구장은 운영비 마련을 위해 관람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밀폐된 돔구장은 건강에도 썩 어울리지 않는다. 일본의 일부 돔구장은 골치거리가 됐고 이제 미국은 건설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야구계에서는 2만석 규모의 옥외구장 건설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광주시는 건설비 1000억 원을 감당키 어려우니 민간 사업자에게 맡겨 이참에 돔구장을 지으면 만사형통이라고 강변한다. 대신 인구 5만명짜리 신도시 개발이익을 보장한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말은 다르다. 광주시, KIA 구단, 국가보조의 삼분형식으로 건립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오는 2016년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야구를 시범종목으로 채택한다면 국가보조로 야구장 건설이 가능하다는 아이디어도 내놓았지만 외면 당했다.
우습게도 이는 외형에 불과하다. 돔구장과 신도시 건설로 야기되는 문제가 복잡해졌다. 찬반이 갈리며 폭발성을 지닌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젠 단순히 야구장 하나 짓는게 아니다. 정치 경제학과 소통의 문제까지 덧칠되어 있다. 이게 돔구장 건설이 지닌 본질적인 모습이다.
광주는 수 십년 동안 이곳 저곳에 ○○지구라는 이름으로 신도시 개발을 해왔다. 사실상 주택보급률이 100%에 도달했다.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수완지구는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난다. 유입인구 없는 광주의 신도시 개발은 필연적으로 미분양 아파트 증가로 이어진다.
이러자 최근 광주 재개발 조합원들의 모임인 ‘주거환경연합회’는 집회신고까지 내며 반대운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도시 건설은 도심 재개발이 어렵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 다. 아울러 광주 인근에 또 하나의 상권 형성은 도심의 상권들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사람들은 생존권이 걸린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돔구장 건설 추진과정에서 드러난 치명적인 문제점은 공적인 논의가 실종됐다는 점이다. 양해각서 협약식에 앞서 돔구장과 관련해눈길을 끄는 공청회는 열리지 않았다. 돔구장 건설 추진설이 나오기 전부터 적합성 논란이 일어났지만 광주시는 일방적으로 포스코와 양해각서(MOU)를 주고 받았다. 뒤늦게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자 연말에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뒷북조치를 내놓았다.
지역 언론의 책임도 가볍지는 않아 보인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광주시의 일방통행을 견제하지 못했고 돔구장 의제화와 여론형성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 적합성과 타당성 논의가 생략되고 건설 후보지역이 이슈화됐다. 돔구장과 신도시까지 천문학적 건설비용에 투입되는 대형 건설공사를 놓고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은 심각한 소통의 부재이다.
돔구장은 정치적 냄새도 진하게 풍긴다. 박 시장은 그동안 야구장 건립약속을 해놓고 번번히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올해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야구팬 여론이 좋지 않았다. 일거의 만회책으로 돔구장 카드를 내놓았는데도 야구계는 곱지 않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내년 5월 지자체 선거용이라는 것이다.
돔구장의 정치화는 지난 한국시리즈 당시 절정을 이루었다. 10월 16일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광주 무등야구장은 일방적으로 돔구장 건설을 지지하는 초대형 현수막들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대회 주최측에 의해 곧바로 철거됐지만 12년만의 축제를 정치에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돔구장은 비단 정치 뿐만 아니라 머니게임과 연결되어 있는 듯 하다. 신도시는 개발이익이라는 황금알을 낳는다. 그린벨트 해제의 문제는 차치하고 예정 후보지는 들썩거릴 수 밖에 없다. 돔구장과 위락시설, 대규모 아파트단지, 쇼핑센터가 들어서는데 땅값이 숨죽일 턱이 없다.
물론 침체된 건설경기의 활기라는 순기능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커다란 이득을 누리고 대다수는 값비싼 비용을 지불할 가능성이 높다. 이쯤되면 과연 돔구장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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