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건물 앞 주차장에서 행정직원과 대학원생으로 보이는 남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행정직원은 교직원전용주차장이니 차를 빼라고 하고 대학원생은 등록금을 납부했으니 주차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나도 세금을 냈으니 청와대에 주차할 권리가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출근에 제1생활관 앞 2차선 길을 이용하는데 많은 차들이 갓길 주차를 하고 있어 불편하다. 가까운 평생교육원 건물 앞뒤, 대강당 앞 주차장에는 얼른 보기에도 꽤 많은 주차공간들이 보인다. 경영대에서 용봉탑방향의 언덕길과 지금은 주차가 금지되어 있지만 제1생활관 방향 언덕길 갓길에도 주차차량이 많아 보행자들 뿐 아니라 운전자들도 불편이 크다. 가까운 제1생활관 옆에는 큰 주차장이 있고 항상 빈 주차공간이 있다. 모든 차들이 캠퍼스 어디든지 자유롭게 가고 주차할 수 있는 대학. 또는 사람들이 차량에 방해받지 않고 캠퍼스 여기저기를 산책하면서 사색도 하고, 얘기도 나눌 수 있는 대학.
내가 몸담고 있는 단과대학 건물은 강의동과 연구동이 따로 구별되어 있지 않다. 수업이 끝나고 시작될 때마다 연구실 앞을 지나는 학생들의 떠드는 소리가 방해된다. 몇 번 주의를 주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내가 소음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는데 여전히 신경이 쓰인다. 내 연구실은 대운동장 방향으로 창문이 나 있다. 환기를 위해 항상 창문을 열어 놓는데, 공사장 소리, 자동차 엔진소리, 오토바이 굉음, 사람소리, 각종 소음이 끊이지 않는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은 조금 조용할까 하지만 주말에는 외부 또는 내부인의 각종 행사로 역시 조용할 날이 없다. 왜 그렇게 확성기는 많이 사용하는지 어떤 때는 말하는 내용까지 들린다.
학생들 뿐 아니라 교수, 대학본부 모두 취업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학생들은 소위 스펙을 넓히기 위해 각종 자격증과 어학공부에 열심이다. 본부는 본부 나름대로 취업률 제고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고 있으며 교수들도 취업지도에 적극적이기를 독려한다. 어떤 교수는 학생들 취업준비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너무 강하게 전공수업을 하지 말라고 한다. 학생들 대부분도 전공과목의 어려운 내용은 피하고 싶어 하고 전공에 대한 이해보다는 학점에 주로 관심이 있는 것 같다. 또 어떤 교수는 취업률 제고를 위해 학생들의 영어학원 수강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들일 것이다.
나를 포함하여 대학의 모든 구성원이 전남대학이 좋은 대학이 되기를 바라며 노력하고 있다. 다음 달이면 총학선거다. 총학 또한 학생들을 대표하여 좋은 전남대학 만들기에 힘쓸 것이다. 그런데 좋은 대학이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과거, 대학에는 일정한 사법권까지를 포함하는 폭넓은 자치권이 인정되었다. 대학의 권위에 대한 인정과 경의의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를 규율하지 못하고 권위를 세우지 못한다면 자치권을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학과 교수의 권위는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고등학교까지는 배움의 전당이고 하는데, 왜 굳이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라고 하는지 의아해 한 적이 있다. 교수가 되고 나서 새삼 학문의 전당이라는 말에 회한이 생기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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