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무처에서는 교양교육과정의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하였다. 그동안 교육과정은 주기적으로 개편되어 왔지만, 이번 개편안은 그 범위나 정도에 있어 가장 혁신적이다. 엄격한 기준 하에 핵심교양과목을 선정하여 체계적으로 운영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진정한 교양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발표되었다. 우리 대학의 교양과목이 너무 난립해 있었고 그 운영도 주관학과에 일임되어 교육 효과가 높지 않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다만 교육과정은 자주 개편할 수 없으며 많은 학생들에게 오래 동안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하게 진행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몇 가지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대학교육에서 교양교육이 갖는 의미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는 대학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숙고에서 출발해야 한다. 전공교육 외에 교양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종합적인 사고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함일 것이다. 교양교육은 건전한 시민이 갖추어야 할 보편적인 지식을 제공할 뿐 아니라 전공지식을 보완하여 유능한 직업인으로 성장시키는 데에 기여해야 한다. 교양과목은 그런 기준 하에 선정되어야 한다.
개편안을 보면 핵심교양과목의 객관적 기준을 몇 가지 제시하고 있으나, 어떤 과목이 핵심적이냐에 대해서 구성원의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과목 수를 너무 제약하지 말고 학생의 자율적 선택의 여지를 허용하는 것이 보다 실현가능한 방안이 될 것이다. 자신의 주전공에 따라 필요한 교양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자율과 강제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핵심교양교육에 고전 읽기와 글쓰기 교육을 부과하겠다는 계획도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모든 과목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모든 학생에게 필수교양과목으로 지정되어 있는 글쓰기와 졸업자격인정영어의 개편도 거론되고 있다. 두 가지 다 현대인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교양임에는 분명하나 그 동안의 성과에 대해 긍정적이기는 어렵다. 학생들의 수준이 다양한 데도 불구하고 획일화된 교육을 하는 데에 따른 문제도 있었다. 따라서 논술중심과목이나 일반 영어과목을 이수한 경우에 이를 대체해 주는 방안은 검토할 만하다고 본다. 다만 일정 과목을 이수했을 때 총장 명의의 인증서를 수여하는 방식이 학생들의 동기부여나 진로 개척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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