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된 사람을 제치려면 노벨상이라도 타야 한다".
'자기사람심기'식 불공정교수공채가 횡행하는 대학 교수공채시장에 몸을 한 번이라도 내 맡겨본 지원자들의 공통된 심정을 대표하는 말이다. 실제, 이미 내정한 사람을 뽑기 위해 교수공채가 얼마나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는 가는 최근 통계를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최근 교수신문은 하이브레인넷과 공동으로 교수임용제도 공정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국 국·사립대 교수공채 응모자 1,072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결과에선 약 80%가 '불공정'하다고 응답했다.
또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78%가 '내정자를 정한 상태에서 형식적인 채용공고'라고 답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학연·지연에 따른 정실인사'라고 답한 응답자도 63.1%를 차지해 '자기사람심기'와 '연고주의'에 의한 불공정 공채관행이 우리 대학사회의 가장 뿌리깊은 병폐인 것으로 지적됐다.

이 점에서 전남대의 최근 교수공채제도 변경은 "전남대가 개혁을 버리고 과거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심각한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전남대는 30회(2003년도) 공채지침 개정안을 최근 확정하고 총장의 결재만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번에 변경된 지침은 공정성과 객관성, 투명성 면에서 진일보한 제도로 평가받은 지난 2년간의 28~29회 공채지침을 사실상 '개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의 여론을 대표해 당시 공채제도개선 협의를 벌였던 시민단체와의 사회적약속과 합의정신을 송두리째 무시한 것 아니냐는 비난도 일고 있다.

지난해 전남대는 교수들간 담합에 의한 '자기사람심기식'교수공채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보도와 시민단체의 개선요구 등이 잇따르자 공청회를 개최 등을 통해 공채지침을 개선했다.
이에따라 공채지침은 주관적 배점비율이 30%대로 대폭 낮아지고 대신 객관적 배점비율이 70%대로 높아졌다. 그러나 전남대가 2년만에 다시 고친 이번 공채지침은 주관적 배점 비율 60%, 객관적 배점비율 40%대로 사실상 '자기사람심기'가 용이했던 기존 제도를 다시 부활시킨 것이어서 공채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포기한 조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전남대가 외부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공채지침을 바꾼 배경에는 교수사회의 뿌리깊은 '조직논리'가 자리하고 있다. 국민호 교학위원회 상임위원(교육연구부처장)은 공채지침을 변경한 배경과 관련 "오히려 과에서 원하는 사람을 못 뽑는 경향이 많아져 문제가 많았다"고 단적으로 설명했다.
백영홍 교육연구처장의 "규정이 복잡해질수록 말썽이 더 많이 빚어진다"는 진단과 인식의 궤를 같이하는 말이다.
이를테면, 공채지침을 객관화하면 할수록 학과 교수들이 합의한(내정한) 응시자를 뽑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단순한(주관적 점수비율이 많은) 제도가 좋다는 것이다.

이같은 교수들의 의식구조는 영문과 공채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해 28회 공채때 이 과에는 2명이 응시했다. 한명은 40대로 연구실적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외국에서 학위를 딴 다른 한 명은 30대로 젊었다.
과 교수들은 '인성'과 '장래성'을 보고 30대를 뽑기를 원했다. 그러나 공채지침대로 심사를 진행해보니 연구실적때문에 점수차가 크게 나서, 주관점수를 많이 줘도 어찌할 수 없는 지경이었던 모양이다.
결국, 심사위원들 몇이 본부측에 항의하는 소란을 빚으며 공채심사 자체를 '보이콧'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이 때 심사위원들이 항의했던 말이 바로 "이 따위 룰(공채지침)로는 원하는 사람을 공채할 수 없소"이다.

수십년동안 심사위원회를 제쳐두고 교수회의를 통해 공채를 결정해왔던 법학과처럼 조직논리에 입각해 신규 교수를 임용해왔던 전남대 교수들의 '관행'에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방식의 게임룰이 체질적으로 맞지 않았던 것이다. 한 마디로 객관화 배점 비율이 높은 제도아래서는 좋은게 좋은 식으로 교수들끼리 서로 합의해서 '자기 사람 심기'를 하기 어렵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확인해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전남대측은 주관적 배점비율을 높이려는 이유중 하나로 '(연구실적은 낮지만)젊고 유능하고 장래 가능성이 있는 교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변명은 전남대 내부 교수들에게도 설득력 있게 다가가지 않고 있다. 이보다는 사회대에서 만난 L모교수의 말이 훨씬 더 솔직하게 들린다.

"서구 대학사회는 대단히 유동적이다. 반면 여기는 정적이고, 한번 뽑으면 30년은 같이해야 한다. 연구실적만 높다고 보면 대단히 불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기사람심기'식 교수공채가 근절되지 않을 수 밖에 없는 교수집단 의식구조의 한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시민의 소리 양근서 기자 (rootyang@simi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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