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순, 내리쬐는 태양과 함께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대학생이 되고 벌써 5번째로 맞이한 방학. 과연 나는 그동안 방학을 얼마나 뜻 깊게 보내왔는가 생각했다. 내 나름대로 보람 있는 방학을 보내기 위해 동아리 활동도 해봤고, 친구들과 여행도 다녀보고, 자격증 시험을 준비 하는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당시에는 내 즐거운 날들을 담아 놓은 사진들과 손에 들려진 자격증을 보며 내 자신에게 ‘아주 잘했어!’라며 칭찬했다. 그때는 그것이 다인 줄 알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내 방학생활들을 돌아봤을 때, 무언가 아쉬움이 남았고 부족함이 느껴졌다.
이번 방학은 좀 더 보람 있게, 좀 더 열정적으로 보내 보자고 다짐하며 이런 저런 프로그램들을 신청했다. 여름의 끝을 맺어가며 이번 방학생활을 돌아보는 오늘은 여느 때와 다르게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것은 ‘IT 서포터즈’라는 기억 때문일 것이다. 사실 처음에는 내 이력서의 한 줄을 위해 KT라는 그룹에서 모집한 IT 서포터즈 대학생 봉사단을 신청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활동을 시작 하면서 처음 먹었던 내 불순한 생각들은 모조리 산산조각 났다.

IT 서포터즈로서 나는 IT 소외계층에 있는 사람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쳐 주는 일을 해야 했다. 봉사활동을 끝맺었던 남구 진월동에서의 강의가 생각난다. 에어컨을 가동하면 울림이 심해 벽걸이 선풍기 3대만으로 더위에 대처해야 했던 가건물 안에서 땀을 뻘뻘 흘러가며 강의를 해야 했다. 그래도 배우고자하는 열정에 늘 한분도 결석 없이 참석하셨다. 그리고 그곳에는 한두 번만 설명하면 척척 따라갈 수 있는 40대 아줌마․아저씨들 사이에서 강의를 듣던 7명의 70대 할머니․할아버지들이 계셨다.
오늘 10번 들어서 20번 해봐도 내일이 되면 잊어버리고 마신다던 어르신들.. 그러나 이분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고 마지막 날까지 남들보다 일찍 오셔서 연습하고, 모르시는 것이 있으면 ‘선생님 자꾸 귀찮게 해서 미안해.’라고 겸연쩍게 말씀하시곤 끊임없이 질문하셨다. 돋보기를 쓰시고 힘겹게 자판을 한 자 한 자 두드리고, 당신들의 마음대로 잘 움직이지 않는 마우스를 가까스로 움직여가며 드래그 하시는 모습에서 배움의 열정을 배웠고, 감동을 느꼈다.
사실 IT 서포터즈 활동을 시작했던 시점은 내 개인적으로, 육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많이 지치고 힘들었던 시기였다. 생각이 많아 머리가 아팠고, 많은 생각들이 풀리지 않아 마음이 답답했고, 잠까지 이룰 수 없어 너무나 피곤했었다. 그러나 서툴지만 끝내 이루고 마시는 할아버님들을 보며 희미해져 가던 내 열정이 살아났고, 떠나는 내 두 손에 음료수를 꼭 쥐어주던 할머님들을 통해 따뜻한 사랑을 배울 수 있었다. 작은 손으로 컴퓨터를 척척 해가는 아이들을 보며 나도 희망을 꿈 꿀 수 있었고, 친절히 가르쳐줘서 고맙다며 활짝 웃어주던 아주머니들을 통 해 새힘을 얻을 수 있었다. 내 지식을 나눔으로써 내 열정을 표현하고자 시작했던 IT 서포터즈 활동은 오히려 나에게 더 큰 선물을 건네 준 것이다.
이웃사랑, 나눔. 늘 어렵게만 생각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전혀 어려운 것이 아니라며. 흔한 컴퓨터 관련 자격증 하나 없는 내가 사람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쳐 줄 수 있었던 것만을 봐도 그렇다. 그들은 큰 지식이 필요로 했던 것이 아니었다. 마우스를 클릭하고 자판을 두드리며 글씨를 입력하는 것, 객지에 사는 아들이 보내온 메일을 읽을 수 있는 것. 우리에겐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들을 그들은 몰랐으며 알기를 간절히 원했던 것이다. 내가 가진 작은 것을 나누는 일에 사람들은 행복해 질 수 있고, 그것이 바로 이웃사랑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린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잘 가르쳐줘서 고맙다며 연신 말하시던 어르신들의 미소가 자꾸 내 가슴 속에서 메아리치며 맴돌아 오늘 밤 잠이 오지 않을 것만 같다. 처음으로 나눔을 실천했던 나의 2009년 여름 방학. 잊지 못할 사랑의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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