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시절 미국 오레건(Oregon)주에 석달 정도 머문 적이 있었다. 오레건주는 풍부한 산림을 비롯해서 쾌적한 자연환경을 갖춘 도시다.
반면 경제는 가장 낙후된 주 중의 하나로, 당시 환경보호주의자들과 개발주의자들 사이에 산림의 일부를 개발하여 경제개발에 이용하자는 문제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결론은 환경론자들의 승리로 끝나 오레건주의 울창한 숲은 보존되고 있다.
오레건주의 논쟁에서는 적어도 환경보호주의자들은 환경파괴를 경제성장의 바람직하지 못한 부산물의 하나로 보는 것 같다. 사실 경제성장과 이에 따른 자원고갈 및 환경파괴 문제를 처음 국제사회에 제기한 1972년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The Limits of Growth)’보고도 환경보호와 에너지보존을 위해서는 경제성장을 자제해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환경과 에너지문제가 국가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작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통령이 녹색성장전략을 제시한 후 환경에 대한 관심이 가히 폭발적이라 할 만큼 급격하게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선진경제의 경우 경제성장과 환경보호 사이에 장기간의 논쟁이 있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우리나라는 다소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녹색성장도 다소 다른 개념으로 사용된다. 경제학에서 공해나 환경파괴는 생산자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외부성의 문제이다. 따라서 환경을 중시한다는 개념으로써의 녹색성장은 공해방출에 대한 규제나 공해제거를 위한 추가적인 비용부담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기도 한다.
오레건주의 논쟁이나 로마클럽보고서도 이 같은 녹색성장의 개념과 동일한 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녹색성장정책은 기후변화 대응 뿐 만 아니라 성장, 고용 및 분배개선 등의 정책목표도 함께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경제성장과 환경보호 사이에 충돌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발상의 전환이 현실에서도 가능한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우리나라도 1인당 실질GDP가 2만달러에 근접하고 있고, 따라서 환경과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도 하겠다. 그러나 최근의 환경에 대한 관심과 관련정책에는 다소 과장된 면이 있고 본질이 호도되는 경우도 있다. 한 예로, 최근 전국일주자전거 도로가 건설되고 있으나 이는 환경보호나 에너지절감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다.
도심내의 자전거도로는 출퇴근과 같은 단거리 교통의 대체수단으로 환경보호와 에너지절감의 효과가 있으나 전국일주자전거도로는 여가활동을 위한 것일 뿐이다. 생각해보라. 전국일주 도로가 있다고 누가 자전거를 타고 지방출장을 가거나 서울외곽에서 도심으로 출퇴근을 하겠는가?
고백하건데 필자는 3류 경제학자에 불과하며 환경전문가는 더더욱 아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환경정책에 대해 명확한 방향을 제시할 입장에 있지 않다. 또한 지금의 환경과 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환경문제나 이와 관련된 경제정책이 정치구호화 되면서 본질이 호도되어 자원배분의 왜곡과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며 자칫 환경에 대해 높아진 관심이 한때의 유행으로 끝나지는 않나 하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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