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오후 1시 43분. 이 시대의 큰 별, 민주화의 거목.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납치, 고문, 투옥, 사형선고 그리고 대통령 취임. 수많은 시련의 겨울을 뚫고 핀 인동초와 같은 삶을 살았던 그가 향년 86세의 일기로 시들고 말았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나보낸 슬픔도 잠시, 우리는 며칠 사이에 전직 대통령을 두 명이나 잃어버린 것이다.
故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기간 IMF 구제금융사태 극복, 독립적 국가기구로의 국가인권위원회 설치, 사형제 사실상 폐지, 과거사 청산, 기초생활보장제 도입, 4대 보험을 완성했다. 그가 이룩해 낸 성과는 변화의 시도이자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서 성공한 사업들이었다. 그러나 현재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인권위 축소 및 개편, 과거사위 통폐합, 4대강 사업 추진, 복지예산 축소, 남북관계 경색 등 故 김 전 대통령이 일궈낸 모든 사업들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말았다.
그러한 시국에 대해 故 김 전 대통령은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인권과 민주주의, 한반도 평화를 위해 최대한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기도한다”며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거동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다시 움직였다. 6·15 공동선언 9주년을 맞이한 자리에서 그는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과 같다”며 깨어있지 못한 국민들에게 자극을 줬고 양심은 있으되 행동하지 않는 이들에게 일갈했다.
가녀린 인동초가 겨울을 버티는 힘은 봄이 온다는 믿음에 있다고 했던가. 이 땅에도 진정한 민주주의의 봄이 찾아오리란 믿음으로 연약한 체력에도 몸소 행동하는 양심이 됐던 故 김대중 전 대통령. 독재세력을 거부하고 양심과 도덕이 살아있는 세상을 이룩하기 위해 나이도 체력도 불사한 우리 마음속의 진정한 대통령. 그가 보여준 마지막 발걸음이 이 땅의 젊은이들과 온 국민들에게 전해져 행동하는 양심을 가진 선한 자들이 많이 생겨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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