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0일부터 일주일간 학기말고사 기간이다. 시험기간에 학생들의 모습은 눈에 띄게 초췌해 보인다. 얼굴에 생기가 없어 보이며 머리 손질이나 옷차림에 신경을 쓰지 않아서 평소보다 털털해 보인다. 평소에 잠을 자거나 외모를 치장하기 위해 사용했던 시간과 에너지의 사용을 줄이고 대신에 그것을 시험공부를 하는 데 사용한 것이다. 즉 삶의 일부분을 전략적으로 고쳐 투자한 것이다. 우리는 일생동안 보다 더 가치 있는 어떤 것을 얻기 위해 우리에게 이미 주어진 어떤 것을 투자한다. 우리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 따라서 가장 신중하게 투자해야만 하는 것은 삶 자체이다.

삶은 저축해 둘 수 없다. 계획적인 사용여부에 상관없이 스스로 소진되기 때문이다. 삶을 가장 효과적으로 투자하기 위한 “삶의 경제학”이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각자의 삶의 대부분을 평범하고 사사로운 일들을 하는 데 사용한다. 즉 시험공부를 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거나, 술을 마시고, 사람들을 만나고, 토론을 하고, 운동이나 게임을 하고, 걷거나 탈것을 타고 이동하는 등 소위 매일 하는 일들을 하면서 일생의 대부분을 보낸다. 혹독한 전란을 치르면서 기록한 일기임에도 불구하고 난중일기도 이순신의 그러한 일상적인 일들과 느낌에 관한 기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전쟁의 참혹한 경험에 관한 기록도 있다. 적의 목을 베고 적함을 깨부수고, 이순신 자신이 적의 탄환에 맞아 관통상을 당하고, 부하 장수가 죽음을 당하는 등의 처절한 전투 상황의 기록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전체 일기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일기의 대부분은 사람들을 만나거나 공무를 처리하고, 활쏘기 연습을 하고, 밥을 먹거나 차나 술을 마시고, 장기나 바둑을 두고,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꿈을 꾸고, 걷거나 말을 타고 이동하는 등 다양한 일상사에 관한 기록이다. 어느 날 이순신은 “석공 박몽세가 채석장에 가서 동네 개를 잡아먹는 등 민폐를 끼쳤으므로 곤장 여든 대를 치도록”(1592년 1월16일) 지시한다. 또 어떤 날은 “좌우의 산마다 피어있는 꽃들과 들의 향기어린 풀”(1592년 2월 20일)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거나 “꽃비에 흠뻑 젖어” 길을 걷기도 한다(1592년 2월 23일).

그의 일기는 가족에 대한 걱정, 고통당하는 부하나 백성에 대한 연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데 대한 슬픔의 눈물, 몸이 아파 누워 내는 신음 소리 등을 포함하는 여린 마음을 가진 이순신의 일상에 대한 소박한 기록이다. 우리는 난중일기에서 이순신이 어떤 일들에 어떤 방식으로 시간과 에너지, 즉 자신의 삶을 투자하여 무엇을 얻고자 했는지에 관한 그의 꾸밈없는 고백을 들을 수 있다. 이순신은 매일 매일의 그의 삶을 극적이고 위대한 어떤 활동들을 하는 데 투자하지 않았다. 우리가 이순신을 “성스러운 영웅”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단지 숭고한 목적을 위해 자신의 삶을 통째로 투자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그가 그 목적을 위해 자신의 삶을 지극히 신중하고 지혜로운 방식으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가 모함으로 인해 죽음에 처해질 위기에도 불구하고, 졸지에 해군사령관의 직을 박탈당하고 백의종군하게 되는 한없이 억울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신의 골격이 강했으며, 마음의 눈이 지혜로웠고, 생각의 골수가 신중했기 때문이다. 철저히 인내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나라를 구하려는 목적에 자신의 삶을 지혜롭게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때로 억울하고 분해서 밤잠을 못 이루었으며, 또 때로는 외롭고 슬퍼서 “소리 내어 울부짖었고”, 또 때로는 절망에 빠져 소리 없이 흐느끼며 “다만 빨리 죽기를” 바라기도 했다(1597년 4월16일).

그리고 7년간의 전쟁을 기어이 승리로 끝마치는 마지막 전투에서 전사하는 순간에도, 그는 자신의 생명의 가치를 철저히 의식하고 있었으므로 자신의 죽음을 숨겨주도록 당부했다. 그 결과 우리는 너무도 평범하면서 너무도 영웅적인, 너무도 비극적이면서 너무도 신화적인, 너무도 여리면서도 너무도 강한 지도자 이순신을 영원한 영웅으로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삶의 경제학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교과목이다. 이번 학기말고사에서 우리 학생들이 각자 자신의 삶의 한 가닥을 지혜롭게 투자하는 평범한 영웅이 되기 위해 애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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