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너무 당연한 말이다. 상품과 화폐의 교환을 통한 거래가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 아니던가. 그러니 공짜가 없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런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민주주의라는 것에 가격을 매겨 본다면 과연 얼마일까? 정답은 의외로 쉽다. 민주주의는 ‘공짜’다. 엄혹했던 7, 80년대를 살았던 우리 선배들에게는 민주주의가 매우 값비싼 재화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20대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는 민주주의를 위해 값비싼 대가를 치른 적이 없다.

선배들이 ‘타는 목마름’으로 외쳐 불러야 했던 민주주의였지만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민주주의는 그저 아무런 의미도 없는 단어일 뿐이다. 민주주의가 주는 너무 많은 혜택 때문에 그 소중함조차 모르는 것 같다. 정치에 대한 관심은 저조하고, 급기야 선거하는 날은 친구들과 놀러가기 좋은 날 정도로 취급한다. 며칠 전 학교를 찾은 홍세화 선생이 “요즘 대학생들이 ‘탈정치’를 자랑같이 얘기한다”고 했던 지적은 내 주변의 친구들을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올해로 29주년을 맞는 5·18민주화운동은 어떠한가? 5·18은 군사독재에 맞서 시민들의 손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냈던 자랑스러운 역사다. 전남대학교는 해마다 그 정신을 기리는데 앞장서왔고, 민주화의 성지라는 수식어를 당당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학교다. 5월 광주의 시발점이 내가 공부하는 전남대라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무척 자랑스럽다.

하지만 정작 우리네 학생들이 그 자랑스러운 역사에 갖는 관심은 부끄러운 수준인 듯하다. 요즘 우리 지역사회에서 큰 쟁점이 되고 있는 ‘구도청 별관 철거’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도도 마찬가지다. 이런 현실은 외면한 채 “다른 지역 가면 5·18이 뭔지도 몰라”라는 트집은 생떼다. 행여 다른 지역 학생이나 외국인이 5·18에 대해 물어보면 자신 있게 설명해 줄 수 없는 자신을 외면하고 있다. 물론 그런 면에서 많이 부족한 탓에 부끄러운 마음은 필자도 마찬가지다. 바로 이 땅에서 일어난 일을 이곳 시민이자 전남대 학생들인 우리 스스로조차 외면하면서 다른 지역을 트집 잡는 것은 그저 비겁하고 비열한 행동일 뿐이다. 그러나 가장 늦었다고 말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누가 말했던가.

다행스럽게도 전남대에는 5·18 관련 교양수업도 개설되어 있고 <5·18연구소>에는 많은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5·18을 보고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상반기 전남대 토론대회에서는 ‘구도청 별관 철거 문제’를 주제로 잡았다고 한다. 5·18에 대해 생각하고 민주주의를 고민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원히 공짜일 것이라 믿었던 물을 사서 마시는 오늘날이다. 대학생들의 무관심 때문에 민주주의를 위해 다시 한 번 ‘숭고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불행한 상상을 해 본다. 역사는 반복될 수도 있다. 그 불행한 상상을 우리 대학생들이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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