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전 그 날처럼 아직도 오월의 광주는 뒤숭숭하다. 긴장감마저 흐르는 이 오월은 누군가에겐 떠올리기 힘든 아픔이 되기도, 누군가에겐 그저 29년 전 그 날을 상기시켜주는 무채색의 기념일이 되기도 한다. 사실 이번 5·18 특집호를 기획하면서 지면 전체에 흐르는 그 역사적인 날을 어떻게 담아내는지가 무척 고민이었다. 해마다 돌아오는 오월이지만 이 오월을 광주와 전남대의 '브랜드' 삼아 신문 지면을 채워넣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둘로 갈라진 광주를 하나로 엮어내기란 조심스럽고도 고민스러웠다. 유난히 힘겨운 오월을 맞고 있는 이 찢겨진 광주의 과거, 현재, 미래를 섣불리 언급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 모두가 2009년 지금의 광주를 지켜보고 있을 오월 영령들을 떠올려 봐야 한다. 그들은 당장에라도 살아 돌아오고 싶을 만큼 현실이 개탄스러울 것이다. 하나가 되기 위해 뜨거운 함성과 촛불로 민주화를 부르짖던 그때의 그 비상한 정신력은 대체 어디에 파묻혔는가? 편을 나눠 으르렁대는 것이 그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유산이던가? 온갖 이해관계와 생각의 차이가 빚어낸 이 모든 혼란이 당장에 '뚝딱' 해결되길 기대할 순 없다. 다만 돌아올 5·18 특집호에서는 봉합된 광주를 노래할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 자랑스런 용봉인들이여, 이 빛고을의 나아갈 길을 인도해 줄 시원스런 이정표가 되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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