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한 ‘공정무역’(초기에는 ‘대안무역’으로 불렸다). 가난한 나라의 생산자들이 만든 물건을 정당한 가격에 거래하자는 뜻에서 시작된 이 운동을 알리기 위해 매년 5월 둘째 주 토요일에는 세계 70개국 3백여 개 단체가 참여하는 ‘세계 공정무역의 날(World Fair Trade Day)’ 행사가 진행된다. 우리나라에서도 2007년 이래로 열리고 있는 이 행사의 올해 슬로건은 ‘Let’s Fair Trade! 빈곤, 기후변화, 경제위기 그리고 공정무역’이다. 세계 공정무역의 날을 맞아 공정무역의 오늘을 들여다보았다. <엮은이>

‘아름다운 가게’에서 매주 자원활동을 하는 송선광 군(동물자원·3). 그는 이번 부모님 결혼기념 선물로 아름다운 가게에서 대안무역 커피인 ‘히말라야의 선물’을 샀다. “자원활동을 하며 공정무역 커피를 알게 됐는데 친환경·유기농 제품이라 질도 좋고, 저개발국의 커피 생산자에게 정당한 가격을 지불한다는 의미도 있어 구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은재 양(신방·4)은 지난 밸런타인데이 때 남자친구 선물로 인터넷에서 ‘착한 초콜릿’을 샀다. 이 양은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초콜릿보다 나의 구매를 통해 가난한 나라의 누군가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특별한 초콜릿이기 때문”이라고 구매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낯선 것이었던 공정무역 상품을 구매하는 이른바 ‘착한 소비’가 한국에서도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 생산자에 희망을, 구매자에게 기쁨을!

매일 아침 마시는 커피 한 잔 속에 들어있는 생산자 몫은 얼마나 될까? 2006년 나온 영국 영화 <블랙 골드>에 묘사된 3달러짜리 커피 한 잔에 담긴 생산자 몫은 3센트(우리 돈 약 14원)뿐이다. 커피는 세계 무역에서 석유 다음으로 물류 이동양이 많은 기호식품이기도 하지만 가난한 나라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대표 품목이기도 하다. 세계 커피 농가 가운데 3분의 2가 생계유지도 어려운 가격을 받으며 절대 빈곤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가게 광주역점 정기정 운영위원은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지불하는 커피 값의 대부분은 다국적 기업이라던가 유통 업자에게 흘러가고 개발도상국의 원료나 노동력은 헐값에 팔립니다. 이러한 불공정 흐름을 바로잡아 가난한 생산자에게 정당한 가격을 보장하고 거래하자는 게 공적무역입니다.”라고 설명한다. 공정무역은 커피 가격 등락에 관계없이 생산자들의 최저생계를 보장한다. 2001년 커피가격이 30년 전 가격으로 폭락했을 때 많은 소규모 가족농들이 자살 하거나 자신의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던 비극을 막기 위해서다. 공정무역은 또한 국제가격이 최소가격보다 높아지면 그에 비례해 더 많은 값을 주고 그 돈이 지역사회에 필요한 학교나 병원을 세우는 데 쓰이거나 여성과 같은 사회적 약자의 자립을 돕는 데 쓰일 수 있도록 보장한다. 이것이 바로 구매자가 자신의 소비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는 대목이다.

▲ 네팔, 페루산 공정무역 커피와 홍차를 판매하는 ‘아름다운 가게’ 광주역점.
▲ 공정무역은 자선? No!

품질로 경쟁 공정무역은 생산→무역→가공→유통 과정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중간단계를 줄여 생산자를 매입상인의 횡포로부터 보호하고 소비자 가격의 거품을 낮춘다. 비단 커피뿐만 아니라 제3세계에서 저임금에 생산되는 초콜릿, 설탕, 바나나, 축구공 등도 공정무역으로 거래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2004년 두레생협에서 공정무역 제품으로 설탕을 들여온 것을 시작으로 YMCA와 아름다운가게가 공정무역 커피를 팔며 활성화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정무역 상품은 자유무역 상품보다 가격이 조금 높다. 그렇다고 공정무역 상품이 가난에 호소하며 시장에서의 구매를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생산과정에서 국제노동기구(ILO)가 금지하는 아동노동을 착취하지 않으며,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도 최소화 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인다. 니카라과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블랑카는 말한다. “우리는 최고 품질의 커피를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요. 그래야 시장이 계속 성장하니까요. 세코카펜 커피는 최고의 품질만 고집해요. 우리 커피를 사세요. 품질이 가장 좋으니까요. 우리가 가난한 농민이라서 사달라는 것이 아니에요.”(「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경제, 공정무역」(모티브) 발췌.)

▲ 대학에 퍼지는 공정무역 운동

공정무역 상품 거래는 전체 시장에서 매우 작은 규모를 차지고 있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는 공정무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대학이 나서고 있다. 영국의 경우 2003년 옥스퍼드브룩스 대학이 최초의 공정 무역 대학이 된 이후 30군데가 넘는 대학이 공정무역 대학으로 등록돼 활동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워릭(Warwick)대학 학생조합은 차와 커피, 핫초콜릿, 설탕, 과일, 과일주스, 자판기 제품을 모두 공정 무역 제품으로 바꾸는 등 학내에서 공정무역 상품 소비가 활성화 되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국내 대학에도 이러한 움직임이 시작됐는데 단국대학교에 지난달 문을 연 ‘공정무역 커피전문점’이 바로 그것이다. 학내에서 학생과 교직원들이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도록 하는 분위기를 형성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단국대는 대학의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커피판매 수익금을 저개발국 지원에 쓰도록 하고 있다. 단국대 총장 장호성은 “판매수익금을 저개발국 어려운 사람들과 공유하고, 학내에 아름다운커피 개점으로 학생들의 소비문화가 한층 건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국민대 윤호섭 교수가 디자인한 대안무역로고 ‘웃는지구’와 공정무역에 대해 다룬 책「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경제, 공정무역」(모티브).
▲ 세상은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언젠가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도 자유방임시장의 혜택을 입게 될 것이라는 아담 스미스적 믿음으로 세계는 그 언제를 기다려 왔다. 그러나 마주한 결과는 양극화의 심화. 가격은 공급과 수요 법칙에 따라 결정되고, 가격은 소규모 농가의 가난을 결정지었다. 영세 농민의 좌절을 보지 못한 채 ‘무조건 시장에 맡기라’는 자유무역 구호보다 이들을 위해 행동하는, ‘내식구가 밥을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는 공정무역이 세상을 좀 더 행복하게 만들지 않을까? 감사의 말을 전할 일이 많은 5월, 공정무역 상품 소비로 감사도 전하고 덤으로 생산자에겐 ‘희망’도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 공정무역 상품 어디에서 만날 수 있나

▶온라인
공정무역가게 울림 (http://www.fairtradekorea.com)
아름다운 커피 (http://www.beautifulcoffee.com)
피스 커피 (http://www.peacecoffee.co.kr)
아이쿱생협 (http://www.icoop.or.kr/coopmall)
두레생협 (http://www.dure.coop)

▶오프라인
아름다운 가게(광주역점, 첨단점, 쌍촌점, 봉선점)
아이쿱 빛고을소비자생활협동조합(서구점, 일곡점, 봉선점, 첨단점)
스타벅스, 홀리스커피, 투썸플레이스 등 커피전문매장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유통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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