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은 지난 2008년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인문한국(Humanitis Korea) 사업에 선정되어 향후 10년간 약 80여 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되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인문한국 사업은 ‘연구소’ 중심의 연구 체제를 확립하여 연구소 내에 연구주체를 양성함으로써 인문학 연구의 인프라 구축과 국제적 수준의 연구 역량을 구축한다는 취지 아래 학문적·사회적 수요를 반영한 아젠다를 중심으로 기획된 종합적 학제적 연구를 제시한 연구소 장기적으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호남학연구원이 제시한 연구 아젠다는 “세계적 소통코드로서의 한국 감성 체계 정립”이다. 연구 아젠다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호남학연구원은 3개의 전문적인 연구팀을 구성한 바 있다. 감성 표현이라는 측면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게 될 ‘문화예술팀’ 그리고 감성의 사회적 상호 작용과 소통의 메커니즘에 대해 논의하게 될 ‘역사사상팀’, 마지막으로 감성 형성의 물질적 조건에 대한 제반 사항을 연구하게 될 ‘공간지리팀’이 그것이다. 그리고 연구 아젠다의 실현을 위해 호남학연구원은 10년의 연구 기간을 크게 3단계로 나누어 연구를 진행시킬 예정이다. 먼저 제1단계 에서는 학제간 통합 연구를 통해 한국 감성 체계 정립을 위한 기초 연구를 수행한다. 이 단계에서는 문화와 문화의 ‘사이영역’이라는 문제틀에 주목하면서 연구원의 지역 기반인 호남 지역을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아 한국의 감성 체계를 정립할 수 있는 이론 모델을 개발할 것이다. 제2단계에서는 제1단계에서 정리한 한국 감성과 관련된 이슈들과 문제틀을 바탕으로 지역과 지역 또는 지방과 중앙의 ‘사이영역’들, 연결점들과 접속점들을 찾아 감성 체계의 수평적 망(網)을 완성하는 형식으로 한국 ‘감성문화지도’를 작성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3단계에서는 한국의 감성 체계의 소통가능성과 상호문화성을 정립하기 위해 연구의 시야를 세계로 확장할 것이다.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재외한국인 문제를 포함, 동아시아와 가능하다면 유럽과 구미 등으로 연구의 범위를 넓혀갈 예정이다. 이 연구를 통해 호남학연구원은 인문학 내부 담론 경계를 확장시킬 수 있는 ‘감성’에 대한 학문적 논의와 더불어 인문학 본연의 비판능력을 회복하고, ‘문화의 세기’라 불리는 현실사회에 대한 인문학적 응답으로서 전략적 실천방향의 제시 등 다양한 실천적 맥락들과 접속함으로써 학문적 논의 지평의 전방위적 확장을 도모하게 될 것이다. 또한 한국 감성 체계 정립을 위한 학제간 연구를 통해 분과학문들간의 기계적 혹은 기능주의적 조합을 극복할 수 있는 미래형 통합학문 ‘감성학’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본 연구는 남북사회의 이데올로기적·집단적 갈등과 가치관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민족적 화합과 동질성 회복을 위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즉, 뿌리 깊은 남한의 레드콤플렉스(Red complex)와 북한의 집단주의적 적개심을 동시에 극복하고 민족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미래적 지표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통일은 정치체제나 경제체계의 통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 마음과 마음 사이의 통합, 궁극적으로 문화의 통합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문화의 통합은 문화의 흡수나 대치가 아니라 융합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실천적 노력이다. 새로운 문화의 특성은 반드시 보편성·개방성·다원성을 지녀야 할 것이다. 따라서 남북 상호간의 문화적 괴리를 해소하고 지속적인 문화 교류를 낳는 한편 문화 통합과 융합의 원천을 한국인의 보편적 감성 특성 속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결국 본 연구는 세계적 보편성과 개방성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의 감성체계를 정립함으로써 남북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이질성을 넘어 미래 통일한국과 민족 공동체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감성적 통합과 융합의 원천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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