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현지의 인권단체 PVCHR에서 인턴으로 활동중인 강태욱 군(행정4)이 보내온 인도에서 온 편지를 상하 2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얼마 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8개 부문을 휩쓸어 버린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인도 최고의 산업도시 뭄바이를 배경으로 한 영화이며 그 곳의 열악한 슬럼지역의 한 어린 아이가 퀴즈프로그램을 통해 억만장자가 된다는 매우 희망적인 내용을 가진 영화이다. 이런 희망적인 내용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마음이 무거운 건 왜일까. 그건 이 이야기가 나에게는 허구의 영화로서보다는 당장 내가 보고있던 현실로서 와 닿았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 인도 현지의 PVCHR(People’s Vigilance Commitee on Human Rights)이라는 인권단체에서 8개월 째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이 곳의 주요 업무는 카스트제도에 근거한 차별을 없애고 사회정의를 구현하도록 하는 것이다.

‘카스트제도라 함은 교과서에서 배운 4개의 피라미드가 아닌가? 아니, 그게 아직까지 존재해? IT강국이라는 인도에서?’라고 속으로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물론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바와 같은 브라만-크샤트리아-바이샤-수드라와 같은 계급제는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여 헌법을 제정하면서 사라진 지 오래이다. 하지만 이미 그 당시부터 뿌리깊게 박혀온 계급제는 여전히 사람들을 상대적 가난과 사회적 차별 속에서 쉽게 놔주지를 않는 듯하다.

내가 지금 현재 생활하는 이 곳은 우따르쁘라데쉬주의 바라나시이다. 바라나시는 갠지스강이 유유히 흐르는 힌두교 성지 중 하나로서 세계여행자들에게도 유명한 곳이다. 유유히 흐르는 갠지스강에서 신심이 깊은 힌두 사제는 뿌자(힌두교의 종교의식)를 드리고 비쩍 말랐지만 평온한 표정으로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잠긴 할아버지가 있다. 언뜻 보기에는 매우 철학적이고 깊은 역사의 향취가 담긴 곳인 듯하다. 하지만 조금만 이 곳의 삶을 들여다보면 이 사람들의 삶은 매우 절박하다. 길을 지나다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도시 곳곳에는 길가에 생활쓰레기를 얹어 집을 만들어 그 곳에 산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슬럼’이다. 이 사람들의 생활은 실로 참혹하다. 아이들의 놀이터는 쓰레기가 가득한 쓰레기장이며 그 곳에서 자기 몸보다 더 큰 자루를 지고 다니며 쓰레기를 줍는다.

어른들은 벽돌공장에 새벽3시부터 밤 9시까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하루 종일 벽돌을 굽기도 하고 릭샤(이 곳의 대중교통수단, 자전거를 개조한 인력거)를 하루종일 끈다. 그래서 버는 돈은 고작 한 달에 100~150인도루피.(한화 3-5만원) 일반 소설책이 서점에서 400 인도루피, 그리고 영화관 입장료가 100인도루피라는 점을 감안하면 독서나 영화감상과 같은 것들은 그들의 삶 안에서 꿈도 꿔볼 수 없는 사치이다.

정부에서의 공공서비스와 경찰, 그리고 의료보험은 심각하게 부패하여 공개적으로 뇌물을 요구하는가하면 법은 법전에나 존재한다. 인도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사회체제는 그 사람들에게는 ‘남일’과 다름없을 뿐이고 정부는 그들 자신을 위해 일을 할 뿐 공익을 대변하는 것 같아보이지는 않는다. 어느 누구도 그들의 삶과 권리를 신경쓰고 싶어하는거 같지 않다.

이 곳을 보고 있으면 정말 ‘인권‘ 이라는 말이 부끄럽고 사치라고 느껴질 정도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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