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방학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무언가 홀린 듯 나는 인도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도행 비행기에 오르고 말았다. 주변 모든 사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나만의 인도여행이 시작되었다. 비행기에 내리자마자 습한 기운과 함께 왠지 모를 두려움이 나를 감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크레더블 인디아를 느낄 수 있었다. 도로엔 차선, 신호등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가 없고, 도로 한복판엔 소가 지나다니고, 그로 인해 차들은 요란한 경적을 울리며 뒤엉켜있었다. 사이드 미러, 백미러는 인도에선 무용지물이었고, 그것들은 선택 사항이었다. 가히 충격적이었다. 놀란 가슴을 달래가며 세계 3대 여행자거리인 빠하르간지로 향했다. 아찔한 순간이 몇 번이나 있었으나 용케 도착해 호텔로 들어갔다.
호텔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알고나 있나 싶을 정도 이었다. 천장에는 까맣게 먼지가 낀 팬은 불안하게 돌아가고, 거미줄이 쳐진 지저분한 창문, 얼룩덜룩한 시트까지… 너무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어서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그렇게 끔찍한 인도에서의 하루가 지나갔다. 아침에 일어나 여행자거리와 델리 곳곳의 문화유적을 둘러보기 위해서 일찍 채비를 했다.
한걸음 나온 인도의 첫 모습은 내 모든 생각을 한 순간에 무너져버리게 한곳이었다. 냄새, 먼지, 쓰레기, 소, 오물, 사람이 거리를 이루고 있었다. 정말 상상조차 어려운 일들이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인도 여행을 추천해준 친구가 한 없이 원망스러웠고, 당장이라도 우리나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였다. 인도여행이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인도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다. 많은 예술가들이 인도 여행을 통해 영감을 얻고, 깨닫는다고 한다. 나 역시 처음엔 그들과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는 그들이 잘못됐고 틀리다고만 생각 했다. 하지만 차츰 인도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닫혀있던 마음을 열고 그들과 소통을 시작할 때 즈음 친구가 말해줬던 이야기, 책에서 보았던 구절,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카스트의 나라답게 인도는 작은 것에도 계급 제를 실행했다. 상당 부분 사라졌다고 하지만 특히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는 뚜렷해 보였다. 버스, 기차를 이용할 때는 더더욱…. 기본 3-4개의 등급으로 나눠지고, 최하등급에는 사람도 타지만 염소나 소들도 타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이뿌르에서 몸이 안 좋아서 쾌적한 호텔에 묵게 되었다. 빨래 할 여력도 없어 세탁을 맡겼다. 점심을 먹고 들어오는데 세탁소 청년이 엘리베이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나는 그를 불러 세워서 힘든데 왜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자신을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없고, 단 한 번도 타보지 않았다고 했다. 다시 나는 왜 이용할 수 없느냐고 물었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준다고 말했다. 속상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똑같은 인간으로 태어나서 누구는 귀하고 누구는 천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더 놀랐던 것은 그는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느끼는 거였다.
예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를 알기위해서는 인도로 가라고.... 인도는 많은 생각을 내게 던져주었다. 나는 태어나서 내가 행복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처음으로 나는 부모님께 전화해서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부모님 정말 감사하다고.... 한국 가면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인도여행은 내 생각, 내 마음가짐을 새로 태어나게 해주었다. 나 역시 인도여행를 통해서 나를 알았고,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비록 그들과 내가 다를지 언정 이해하고 존중하면 ‘No, problem’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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