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학기 수강 신청 때마다 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은 원하는 강의를 원하는 시간에 수강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들어야 할 교과목의 시간표가 서로 겹쳐 듣고 싶은 교과목을 포기하기도 한다.
만약 시간이 중복되는 교과가 필수 교과라면 학생들의 입장은 난감하다. 복수 전공과 부전공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증가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런 문제를 겪는 학생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학기에 개설되는 4천 2백여 개 강좌와 제한된 강의실, 학생 및 교수진의 다양한 요구를 감안하면, 학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강의시간표 편성은 참 어려운 일이다.
이제는 1997년 도입한 강의시간표 모듈화가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통해 차츰 자리를 잡아간다는 전제하에 좀 더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것은 학생들의 강의 선택이 예측 가능하도록 각 학과(부) 차원에서 전향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각 학과(부)는 교육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교육목표를 더 명료하게 구성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공 교과과정을 체계적이고, 적합하게 구성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그 결과는 학과(부)에 입학한 학생이 4년 동안 이수해야 할 전공교과(필수 및 선택) 이수 과정을 체계적으로 진술해 놓은 종합적인 교과과정표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최소 4년 동안 특정 교과가 개설되는 요일과 시간도 정해져야 한다.
만약, 모든 학과(부)가 전공교과과정(강의계획서 포함)을 구체적으로 짜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공개해 놓는다면, 학생들은 대학에 입학한 후 그 정보에 근거하여 4년 동안의 학습계획표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학과 교수들이 학생들의 학습계획 구성을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 전제된다. 학습계획표에는 학생이 원하는 전공(복수전공 포함) 이수에 필요한 과목, 교수, 강의 요일과 시간 등이 표시될 수 있도록 하면 될 것이다.
교수는 학습계획표 작성 과정을 통해 학생을 지도하고, 학생은 교수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선택을 구조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에 입학한 후 졸업할 때까지 적용되는 4년 동안의 교과과정표를 공개하고, 최소 3-4년은 변함없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교수진과 학사관리과의 특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은 학생의 선택을 존중하고 체계화된 교과과정(정규/비정규)을 통해 그들이 지닌 가능성을 극대화시킬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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