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문명을 비롯한 모든 인류 문명은 바다와 강을 낀 지역에서 발달하였다. 그리고 바다를 지배한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 사실은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이처럼 인간과 바다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이 바다를 너무 천대하고 있다. 너무 마구 대하고 있다. 바다의 소중함을 망각하고 있다.
한사람의 해양학자로서 바다의 중요성에 대해 전문적인, 그리고 학술적인 견해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학술서적을 뒤적여보면 얼마든지 훌륭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그냥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일반인으로서 살아가면서 느꼈던 감정을 이야기하고 싶다.
요즈음의 바다 모습은 어떠한가? 코를 막아야 할 만큼 역한 냄새가 나는 바닷가. 시커먼 하수가 콸콸 쏟아져 들어오는 바다. 자연이 만들어준 백사장, 갯벌, 갯바위는 간 곳이 없고,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는 회색빛의 콘크리트. 시커먼 연기를 힘차게 내뿜고 있는 바닷가 공장 굴뚝들. 어지러이 널려있는 바닷가 쓰레기. 게와 물고기가 뒤엉켜 죽어 있는 바다 속 어망들. 허연 배를 뒤집고 둥둥 떠 있는 물고기들. 시커먼 기름으로 뒤덮힌 바닷가. 기름 파도가 밀려오는 바닷가. 시커먼 기름을 뒤집어쓰고 망연자실 힘없이 죽어가고 있는 백로 한 마리.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알고 있던 바다의 모습은 간 곳이 없다.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그리고 연인과 함께 찾아갔던 바다는 점점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아련한 수평선 위로 뭉게구름이 둥실 떠 있고, 갈매기가 한가로이 날아다니는 풍경화와 같은 아름다운 바다의 모습. 바닷가 깎아지른 절벽 틈 사이로 애틋이 피어난 이름 모를 꽃들. 바람결에 하늘거리며 춤을 추는 갈대숲. 그 위에 살포시 내려앉는 고추잠자리 한 마리. 한여름 뙤약볕 아래 갯벌에서 부지런히 집게발을 움직이는 수많은 게들. 그 사이를 뒤뚱거리며 기어가는 짱뚱어. ‘솨’하는 소리와 함께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 파도가 그린 백사장의 추상화 그림들. 갯바위에 부딪쳐 부서지는 파도, 그리고 물방울. 수면위로 비상하며 뛰어오르는 숭어 한 마리. 그물을 손질하는 늙은 어부의 투박한 손가락. 이 얼마나 아름다운 그림이 아닌가? 멋진 바다를 노래하던 시인이,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리던 화가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바다의 모습을 머리 속에 떠올릴 수 있다.
이 아름다운 자연의 그림을 되찾기 위해 우리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하나. 정책입안자가 아니라, 전문 학자가 아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모두 한번 곰곰이 생각해볼 때이다. 힘있는 권력자가 아닐지라도, 환경운동가가 아닐지라도, 그리고 한사람, 한사람의 힘은 미약할지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많다.
‘바다는 인류의 미래’라는 말은 너무나 많이 사용하고, 또 너무나 많이 들어서 어쩌면 매우 식상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류가 더욱더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바다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바다는 인류의 미래’라는 말을 다시금 되새겨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미래를 생각하기 이전에 ‘과거의 바다’부터 먼저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결 춤춘다. 바다위에서. … 바다로 가자. 바다로 가자. 물결 넘실 춤을 추는 바다로 가자.
어릴 적 부르던 노래 한 자락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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