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는 변했으며, 상생과 포용이 이 시대의 가치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이제 대학은 실리를 위해 불의가 있더라도 눈감고 그것을 포용해야 하며 심지어는 불의와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정몽준의 명예철학박사학위 수여가 무산되자 대학본부에서 학생들을 질타하며 내놓은 호소문에 담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시대의 가치이다. 학생들은 시대가 변했다는 것도 모르고 정의의 잣대를 들이대며 학위수여를 반대했으니 교육자로서 얼마나 답답했겠는가. 그리하여 이제 친히 호소문을 내시어 갈 길을 밝히 보여주셨으니 우리는 그 길로만 가면 만사형통 일 것 같다. 그러나 다시 보자. 그 ‘상생’은 소수의 기름진 삶을 위한 누군가의 몰락과 죽음을 감추고 있으며, 그 ‘포용’은 실은 굴종의 다른 이름이 아닌가. 사회적 약자의 삶을 살피는 것은 고사하고 중산층까지 파괴하며 부자들의 나라를 만들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시대에 무엇과 상생하며 무엇을 포용하라는 것인가? 누군가는 그 길로 가서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며 내 혈연 지연이 아닌 이들의 삶은 모르쇠하고 자신의 윤택한 삶에 만족하는 몇 %의 계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꿈꾸는 미래여서는 안 된다. 우리는 현재 내 이웃의 삶을 비탄으로 몰아넣는 이 시대의 불의에 저항해야 하며, 그들만을 위한 시대가 아닌 모두를 위한 새 시대를 형성하기 위한 기틀을 놓아야 한다. 때문에 지금은 아니 언제나 지금은, 현재를 유지하기 위한 상생과 포용의 시대가 아니라, 다른 미래를 위한 저항과 형성의 시대이다. 그리고 대학은 언제나 현재의 불의에 날을 세우며, 우리가 무엇에 저항하고 무엇을 형성해갈 것인가를 생각하는 곳이어야 하지 않은가? 그러나 대학본부는 학생들에게 모든 일에는 빛과 어둠이 있기 마련인데 빛에 주목해야지 자꾸 어둠을 들춰내려고 하면 안 된다고, 정몽준의 큰 공적은 제쳐두고 부정적인 면만 들추어내는 것은 솔직한 자세가 아니라고 말한다. 대학본부야말로 교육자로서 간과할 수 없는 부정적인 측면을 감추어두고 어떤 성과를 위해서 공적을 애써 부풀린 것이 아닌가? 솔직해지자. 학위수여 건은 자신의 임기동안 번쩍한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야 한다는 관료강박으로부터 비롯된 발상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실제로 대학본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많은 사업들은, 특히 2월이 되어서야 시작되는 수많은 공사들은 그런 관료적인 태도와 사업방식에서 나온 것이지 않은가. 대학은 변해야 한다. 캠퍼스를 키우고 좋은 건물을 세우는데 몰두할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대학의 소임을 다하기 위한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대학도 기업이고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는 시대의 가치에 저항하면서, 사회의 비판적 촉수로써의 역할과 다른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인재를 교육하는 장으로써의 역할에 충실한 대학본부를 기대해본다. 행정가들만이 아닌 교육자들로 가득한 대학본부를, 아니 대학을 보고 싶다. 로스쿨 개원에 즈음하여 근래에 우리 대학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119명의 새내기를 맞이한 개원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외형상 우리 대학의 정원은 120명을 배정받아 25개의 로스쿨에서 7위이내의 대형 로스쿨로 인정받고 있다. 향후 우리 로스쿨의 교육우수성과 변호사시험 합격결과 등의 사회경제적 성과 여부에 따라 실제적인 가치가 설정될 것이기 때문에, 이제 진짜 로스쿨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근래 국회에서 변호사시험법이 부결이 되는 등 아직 일부 세력들이 로스쿨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에 미련을 갖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우리 로스쿨의 미래는 어떠할지 걱정이 앞선다. 어떠한 방식으로 우리 대학의 로스쿨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점은 로스쿨 신입생들과 교수진이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1995년 이후 정부주도로 세계화정책이 시행되어 의치학, 법률, 그리고 경영 등의 일부 영역에서의 전문대학원체제의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필요한 개방화와 고도의 전문성 요구에 부응하는 고급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국가주도로 시도되는 교육개혁이다. 용봉골 로스쿨 가족들은 인권의 영역에서 국제수준의 전문법률가 양성을 목표로 설립되었다는 국가적 성격의 존재가치에 항상 자부심을 갖고 정진해야 될 것이다. 120명 정원의 로스쿨 개원이 갖는 우리 대학에 대한 교육적 함의는 지대하다. 즉 주변학문의 동반상승 및 여러 시너지 효과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비법학전공 학생들의 로스쿨 진학이 대세이기 때문에, 개별학과에서는 학생들의 사회진출의 한 통로로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로스쿨 신입생들에 대한 장학금 수혜실태 등이 예비 로스쿨응모자들의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대학은 다른 25개 대학과 비교할 때, 평년작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로스쿨의 개원은 규모의 경제 원칙과는 상치되는지라, 개원자체가 이미 손해를 보는 교육사업이다. 지금 부족한 장학금 재원은 향후 얼마든지 더 확충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개학초반기에 로스쿨 신입생들에 대한 새로운 강의기법, 그리고 커리큘럼의 수준이나 내용에 대한 외부의 관심이 너무나 높은 편인지라 로스쿨 교수진들도 상당히 신경이 쓰일 것이다. 하지만 미래의 로스쿨 흥망성쇠의 열쇠는 교육수요자 중심체제의 장점을 십분 살린 우리 대학 특유의 창의적인 교육체계 창출에 달려있다. 교수진은 특성화된 로스쿨 교육메뉴를 시급히 선보이고, 이를 적극 브랜드화 시켜 향후 우수신입생 유치를 위해 활용해야 한다. 대학본부도 로스쿨 발전을 위해 여러 정신적 및 물질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간 우리 대학의 로스쿨 도입과 개원을 위해 대학당국과 주변기관에서 보이지 않는 희생과 배려가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로스쿨이 글로벌 수준으로 인정받으려면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멋진 본관건물의 신축과 함께 로스쿨 새내기들이 힘차게 웅비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