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본부가 학교 운영을 교육역량 강화에 맞추고 있다. 금년부터 실시될 학부(과) 평가도 교육역량 중심의 평가로 전환하여 졸업생 취업률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교육경쟁력을 높여 학생 취업률을 높이자는 목표가 어찌 잘못이겠는가. 전남대 졸업생의 취업률 저하 원인을 대학 내·외적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나라 전반적인 사항으로써 고졸자와 대졸자 간에 발생한 심각한 직업 불일치(job mismatch) 현상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대졸자는 넘쳐나는 반면에 고용 현장에서 찾는 고졸자는 부족하다. 여기에 불황이 겹쳐 대졸자의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다. 다음으로 대졸자가 넘쳐나기는 하지만 수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우리대학 출신들이 그러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느냐는 것이다. 대학 본부의 고민도 바로 이 점일 것이다. 소득이 증가할수록 수요가 감소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열등재라고 한다. 전남대가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가 그렇게 됐다. 과거와는 달리 소득 제약에서 풀린 학생들이 전남대를 많이 찾지 않기 때문이다. 수도권 집중 현상도 원인이지만 문제를 미리 인식하고 대처하지 못했다. 이제는 장시간에 걸쳐 축적된 원인을 잘 살펴봐야 한다. 특히 과거 20-30년 전부터 지금까지 교수와 학생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현재는 과거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전남대 평판이 다른 대학보다 낮아졌다는 것은 전남대로 포장되는 교육 서비스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왜 낮아졌는가. 거기에 전남대의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진실은 구체적인 목적을 가진 대학 조직에 추상적인 목적을 가진 국가에나 적용되는 선거(총·학장 선거)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확대되고 은폐됐다. 개념도 불분명한 학원 민주화의 대가치고는 거의 치명적이다. 전남대가 평판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4년제 대학으로 존재할 수 있는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다. 입학 자격의 상향 조정과 정원 감축, 대학 및 학과(부) 폐지·신설, 교수 퇴출제도 도입 등을 통한 구조조정이 그것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이 펴낸 보고서인 “지방대학 문제의 분석과 시사점”에서도 구조조정을 통한 공급규모의 적정화를 주문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국립대 법인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비등한 오늘의 전남대 상황에서 이 길이 가능할지 의심스럽다. 대학 경쟁력의 원천은 교수 경쟁력이며 교수 경쟁력은 필히 연구력을 바탕으로 한다. 교수의 연구력 제고 없이 교육 경쟁력과 학교 평판은 높아지지 않는다. 정확하고 풍부한 교육은 연구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사실 대학에서 거의 모든 일의 성패는 교수의 연구력으로 귀결된다. 대학 본부가 교육역량 강화를 깃발로 내세운 것은 전남대가 4년제 대학으로서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고백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당연히 잘 이뤄져야 할 교육을 강조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자칫 교육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 연구가 실종될 수 있고, 이는 교수들에게 또 다른 은신처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전남대가 가야 할 방향을 함께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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