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974년에 전남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하였으며, 1980년 5·18 현장에서 죽을 고비를 넘겼던 여러분의 선배들 중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전남대학교 철학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지난 1989년 신설된 울산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특별 임용되어 올해 20년을 맞게 된 사람으로서, 최근사태에 대하여 몇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는 주변 강대국들과의 무한경쟁 속에서 전례 없는 경제 위기를 맞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북한의 핵위협에까지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정치ㆍ경제적 위기를 극복하려면 우리들 내부의 결속이 필요하고,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화합하고 단결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전남대학교는 지난 2007년과 2008년에 정몽준 울산공업학원 이사장에게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수여함으로써 전남대와 울산대, 광주와 울산의 상호협력을 강화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전남대 일부 학생들의 반대 성명과 저지 시위로 인하여 두 차례나 학위수여식이 무산되었습니다. 물론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든지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밝힐 수 있다고 하지만, 과격한 언사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2008년 성명서에 나타난 학생들의 반대 논리는 너무나 지엽적이고 편파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광주정신을 훼손하고 지역 차별을 부추길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것이었습니다. 설사 우리 대학이 5·18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다고 하더라도, 희생자들을 비롯한 대다수의 광주시민들이 군사정권의 무차별 살상에 분노하여 궐기했던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대학이 광주정신을 전유화 하는 것은 교만과 독선으로 비쳐질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학생들 스스로 ‘인권대학’ 운운하면서 최선을 다하여 공직에 봉사하고 있는 인사를 자신들만의 잣대로 재단하여 비난하는 것도 자가당착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 학생들의 주된 논리는 5·18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인권대학인 전남대가 한나라당 최고위원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인권대학이나 광주정신을 대변하는 것처럼 자부하면서 정치투쟁과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위대한 정신을 잘못된 잣대로 악용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저는 일부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하여 우리의 모교가 상극적이고 폐쇄적인 집단으로 비쳐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봅니다.
학생 여러분들은 정몽준이라는 한 자연인을 한나라당 최고위원으로만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남대학교가 정몽준 이사장에게 명예박사를 수여하기로 의견을 모았던 것은 울산공업학원(울산대학교ㆍ울산과학대학)과 아산사회복지재단(서울중앙병원)의 이사장으로서 우리 사회에 기여한 공적이 현저할 뿐만 아니라,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세계축구연맹 부회장으로서 세계평화와 스포츠문화 발전에 헌신한 공적 때문일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정몽준 이사장은 현대중공업의 대주주로서, 현대중공업을 세계 1위의 조선업체로 성장시킨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경영인입니다. 또한 그는 우리지역에 대한 차별 감정을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현대중공업의 세 명 사장단 가운데서, 두 사람이 호남 출신인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울산공장의 규모에 준하는 새로운 공장이 현재 군산에 들어서 있습니다.
일부 학생들은 정몽준 이사장이 인권 문제에 무관심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가 저소득층을 위한 교육ㆍ의료ㆍ복지사업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 왔던 사실은 외면하고, 책임 소재도 불분명한 논쟁적인 사안으로 그의 인격을 훼손하는 사실 자체가 반인권적인 것은 아닌지 성찰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지난 1989년 특별임용 인사위원회에서 당시 울산대학교 총장과 재단 이사장은 제가 5ㆍ18 현장에서의 시위 전력이 있는 전남대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인사에 어떤 불이익도 주지 않았습니다. 현재 울산대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전남대 출신 교수는 총 13명(의과대학 포함)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호남출신 인사들이 현대중공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무분별한 행동은 타지역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지역 선배들의 입장을 매우 어렵게 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자신들의 의로움만을 주장하면서 무리수를 둔다면, 그 피해가 여러분의 동료나 동문들에게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는 행동은 자제해야 하겠습니다. 광주정신은 보다 고귀한 차원으로 승화되어야 합니다. 후배 학생 여러분의 건승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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