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봄처녀의 입술에 피어나는 미소처럼 동그랗게 봄이 왔다. 겨우내 겹겹이 얼었던 계곡의 얼음장 밑에서부터 그렇게도 기다렸던 생명이 움트는 다이나믹한 시간이 열리기 시작하는가보다.
소발슨은 20세기가 낳은 위대한 조각가 중에 한 사람으로서 백대리석을 조각한 예수 그리스도상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을 남긴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겨울날, 덴마크의 왕자가 자신의 겨울궁으로 그를 초대했다.
며칠 후, 소발슨은 창 밖에서 아이들이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아이들은 왕자를 닮은 눈사람 얼굴을 만들려고 했으나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함께 지켜보던 왕자의 부탁에 소발슨은 눈사람의 얼굴을 만드는 일을 돕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그는 완벽을 기하여 그 일에 매달렸으나 그만 감기에 걸려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현대 미술계는 그의 황당한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우리는 어떤 일에 온 힘을 쏟으며 살아가고 있는가? 우리는 급한 일, 중요한 일, 미래에 할 일, 또는 좋은 일과 최선의 길을 매일 선택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리석을 조각하는 데 쏟는 시간만큼 눈사람을 만드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려는 유혹이 항상 우리 앞에 있는 것이다. 보다 중요한 일에 대해서는 차일피일 미루면서도 지금 내 앞에 일어난 문제는 내 인생의 전부가 걸린 것 마냥 소리치며 당황하곤 한다.
결국 한 해가 지났고, 다시 동트는 태양을 맞이하고, 이제는 여성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때가 되었다. 이 시간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각기 다를 것이다. 캠퍼스 기대감에 들뜬 사람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사람들, 불확실한 미래 속에 있는 우리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한 후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실천할 수 없다면 그것은 단지 공상일 뿐이다. 인생에는 늘 수많은 이상과 계획이 존재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손에 넣어 이상을 실현하고, 모든 계획을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다면 우리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어마어마한 성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상과 계획은 거창하지만 실행하지 못한다. 그러는 사이 자신이 꿈꾸고 소망했던 일들은 사라지고 만다. 어쩌면 이게 人間적인 면이요, 人間적일 수밖에 없는 일일 수도 있겠다.
좋은 계획을 가지고도 곧바로 실행하지 못해 결국 연기처럼 사라졌다면, 이것은 후회와 원망으로 자신의 가슴 속에 남을 것이다.
작은 계획이지만 꾸준하게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는 순간을 항상 생애 최고의 시간처럼 소중히 여긴다면,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흩어지는 봄처럼 내 영혼이 좀 더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그래, 오늘 하루 가만히 봄이 오는 소리 들어보자.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