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한 세기를 정리하고 새로운 천년을 맞이 한 감격이 얼마 전의 추억 같은데 새로운 세기 첫 십년의 마지막 해에 우리는 들어와 있다. 어르신들의 말씀에 아홉 수를 조심하면 다가올 십년이 무탈하다고 하였는데 요즈음 지구 전체가 겪고 있는 몸살을 생각하면 선인들의 지혜에 새삼 고개 숙여지지 않을 수 없다.

올 해가 정말로 어려우리라. 경우에 따라서는 1997년의 아이엠에프 경제위기 때 보다 더 어려우리라 라는 걱정이 우리를 주눅들게 하고 있다.대학도 사회의 구성원이고 사회적 메가트렌드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없기에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함께 겪을 수 밖에 없고, 또한 실제 겪으며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우선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 마른 수건을 다시 짜는 각오로 총력을 다해 살림을 알뜰하게 꾸려야 한다. 이렇게 해서 남는 여력을 우선은 경제적 어려움에 의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우리 대학내 소외계층을 지원하는데 돌려야 한다. 최근 본부를 중심으로 장학금 지급의 우선순위를 취약가정 출신 학생들에게 두고 별도의 지원대책 까지 마련하고 있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어려움을 나눔으로 극복하려는 의지의 표현일 수 있다. 그렇지만 씀씀이를 진정으로 줄이는 길은 우리 대학 구성원 모두가 위기 극복의 의지와 상생의 마음으로 한마음되어 스스로 그리고 능동적으로 일상에서,작은 것에서부터 줄이고 아끼고 되씀을 실천하는데 있다. 아낌은 궁색함이 아니라 더 좋은 씀씀이를 위한 적극적 경제활동이라는 거교적인 캠페인도 벌려 봄직하다.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은 위기는 기회를 또한 배태하고 있음에 바탕하여 위기 이후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그려 희망을 창출-공유-학습하는 과정의 설계이다. 기나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면서도 인간이 용기를 잃지 않는 것은 터널의 끝에는 가능성이 충만한 너르고 밝은 세상이 반드시 다가오리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위기 속에서 모두가 비틀거리고 있는데 그래도 희망의 씨앗들을 마련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대학이다. 그 중에서도 광주·전남지역의 거점대학인 우리 대학이다. 종합적인 미래설계능력은 물론이고 구성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 창출능력이라는 측면에서 미래의 희망을 설계하는 일은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다.

지난 10년을 정리하고 새 10년을 맞이하는 아홉 수의 올해는 당면한 현재의 위기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함께 지역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확고하고도 분명하게 우리 대학은 제시하여야 한다. 더구나 올 해는 광주농업학교 개교이래 한 세기에 걸친 지역 고등교육의 역사를 정리하고 새로운 100년 교육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내부적 미션도 함께 하고 있다. 동문들, 지역의 대학 및 단체, 그리고 지역민들과 호흡을 같이 하면서 우리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그 틀 속에서 우리 대학이 지역을 책임지는 역할을 자신있게 제시하는 일이 올해 무엇보다도 우선하여 해야 할 일이다.

그렇지만 최근 우리사회의 진정한 위기는 경제적 위기라기 보다는 신뢰의 위기이다. 위기가 닥치면 계층과 이해 관계, 여와 야, 민과 관과 산의 갈등을 뛰어 넘어 똘똘 뭉쳐 오히려 신뢰의 기회로 승화되었던 과거의 신화가 재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출발이다. 여기에 우리 대학이 맡아야 할 시대적 소명의 본질이 있다. 어려운 이 시기에 대학이 아닌 어떤 대안이 신뢰를 회복시키는데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사회를 대립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균형되고 보편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차분하면서도 진지한 모습을 우리 대학은 애정있게 보여 주어야 한다. 어떠한 경우라도 희망의 끈을 우리 국민들이 놓지 않도록 깊은 신뢰를 얻어야 한다. 참으로 마음을 비워 솔선수범하는 새해를 만들자. 희망의 미래가 있음에 함께 가는 길을 자신있게 제시해 보자. 올 해야 말로 대학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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