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대학이 처음 생겨난 중세 때나, 혹은 미국에서 청교도들이 유럽의 대학 이념을 좇아 하버드 대학 등을 설립한 20세기 초·중엽까지만 하더라도 대학의 이념이나 기능이 논란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산업사회의 발달과 이에 따른 고등교육 인구의 팽창으로 인하여 ‘인문적인 교양인’을 양성한다는 전통적인 대학의 이념은 점차 변화하게 된다.
  사회는 사회 각 분야의 발전을 위한 실용적인 학문을 대학에 요구하게 되었고 학생들 또한 더 이상 대학을 인문적 교양을 쌓는 ‘학문의 전당’으로 여기지 않으며 취업을 위한 준비기관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늘어간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 압축된 성장과정을 겪어왔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 열 명 가운데 여덟 명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여 진학률이 세계 최고의 수준에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인문적인 전통이 강한 영국과 미국의 오래된 대학들은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고 세계의 어느 대학도 인문적 교양교육을 섣불리 포기하지는 못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의 교육과정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마다, 대학의 이념이 무엇이며 이 이념에 따라 어떻게 교육내용을 선정하고 조직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늘 논란이 되어왔다.
  논란의 결과와 관계없이 근래 들어서서는 우리 대학에서도 전공을 보다 원활하게 이수하기 위한 선수과목 성격의 기초과목과 여가나 취미와 관계되는 교과목들에 밀려 순수한 인문적 성격의 교양과목들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공급자보다는 수요자의 권리, 요구가 강조되는 현대 문화의 흐름에서 교육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 할 것이다.
  새 총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모든 학생들이 필수로 이수하게 되어있는 몇몇 교양과목 운영의 효율성에 대하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교과를 운영하는 주체가 누구이어야 하는지, 인력과 비용의 낭비가 없는지 등의 문제는 본질을 벗어난 문제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특정 교과가 수요자인 학생들의 필요와 요구에 부합하는 것인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교육뿐만 아니라 모든 제도를 포함하는 문화 전체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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