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 딴 곳, 남’이라는 개념을 포괄적으로 가리키는 ‘여소(余所)’는 일본어에서만 찾아 볼 수 있는 특유의 말인 것 같다. 그러나 이와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어휘는 세계 많은 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즉 일본어의 ‘여소’가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는 말이라면 다른 나라에서는 사용되고 있는 어휘의 하나 하나는 포괄적인 ‘여소’를 여러 개로 쪼개놓은 상태라 할 수 있다.
   ‘여소’란 자신 또는 자신이 속한 집단과 타인 또는 타인이 속한 집단을 구별하기 위해 존재할 수밖에 없는 말일지도 모른다. ‘여소에서 온 사람’을 일컫는 말로 ‘여소자(余所者, yosomono)’라는 말이 있다. 영어로 번역하면 ‘stranger, outsider, foreigner, alien’, 한국어로 번역하면 ‘타 지역사람, 같은 무리가 아닌 사람, 딴 데에서 온 사람’이 된다. 이런 내용들만을 보면 ‘여소자’라는 말이 약간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말이라고 할 수도 있다.
  요새 자주 교내에서 사용되는 ‘다문화, 외국인, 디아스포라, 아웃사이더’ 등과 같은 말들도 따지고 보면 타 지역에서 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말일 수도 있다. 나와 남을 구별하기 위해 사용되는 어휘들이 때론 차별감 또는 소외감이나 배타적인 느낌을 주게 됨으로써 소위 말하는 ‘여소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종종 있는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낯선 곳에 가면 ‘여소자’가 되기 마련이다. 꼭 언어와 문화가 다른 해외에 나가야만 ‘여소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도 다른 지역, 다른 학교, 다른 공동체, 그리고 새 직장, 새 학교 등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자연스럽게 ‘여소자’가 된다. 어찌보면 우리 모두는 ‘여소자’로 시작해서 한 집단에 적응을 하다가 다시 ‘여소자’가 되는 생을 반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록 사람들은 ‘여소자’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지만 가능한 새 집단, 새 문화에 빨리 적응하고자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여소자’라는 것 때문에 때론 이에 상응한 보상을 받지 못해 상처를 입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금까지 고향을 떠나 오랫동안 타 지역에 머물면서 ‘余所者’로 살아왔다. 때론 외부 사람이 아닌 내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도 해보았으나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렇다고 ‘여소자’로 산다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훨씬 마음 편할 때도 많았다.
  최근 한국도 급속도로 다문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를 비롯한 많은 단체에서 ‘여소자’를 우리의 이웃으로, 동료로, 친구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도 많이 하고 있고 또한 이들로 인한 사회적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방면에 걸쳐 다양한 행사와 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여소자’와의 틈은 깊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 2008년도 한 달가량을 남겨 놓고 있다. 3월부터 ‘여소자가 본 한국사회나 학교생활’에 대한 내용으로 글을 써 왔다. 당초 기획한 대로 특별한 의미와 뜻을 담은 글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자신할 수 없지만 나로선 ‘여소자’이기에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참으로 행복하고 영광스러운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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