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최하는 시민언론학교에서 강준만 교수(전북대·신방)가 지역발전과 지역언론의 역할에 대해 강연을 했다.
강준만에게 지방이란? 그것은 ‘지방은 식민지다’라는 그의 저서로 설명 가능할 것이다. 국가의 중요 요소는 모두 서울에 존재하고 지방은 서울을 위해 끊임없이 산물을 바치며 그 존속을 위해 존재하는 지역인 것이다. 서울, 수도권의 정치인들이 ‘서울이 잘돼야 지방도 잘 된다’는 식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노골적인 발전우선권을 주장해도 지방인은 화를 내지 않는다.
그렇게 생겨난 첫 번째 차별로 인해 두 번째 세 번째의 차별은 재생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것이라도 서울은 뭔가 다를 것이다, 하다못해 서울 공기라도 쐬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존재하는 지방의 현실. 그런 경향에 대해 비판하기라도 하면 서울로 진출하지 못한 자격지심에서 나온 비판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가 고작인 것이 지방의 자기 인식력이라고 강 교수는 말했다. 그러면서 20년 이상 전북에서 살아온 자신을 타 지역민으로 여길 정도로 배타적인 지방의 문제점은 그들의 연고성에 있다고 지적했다.
전주를 예로 들며 전주고등학교를 통하지 않으면 사회생활이 힘들지만, 그렇지만 강 교수는 연고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미 생활양식으로 존재하는 연고주의를 없애자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그것을 어떻게 생산적으로 이용할지 생각해야한다”며 강 교수는 지역의 연고주의에 약간의 공공성을 가미할 것을 제안했다. “가장 즐거운 술자리도 동창회나 친구 모임인 것처럼 연고적 모임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다. 다만 그것이 공적으로 개입해 타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 문제다”라고 강 교수는 말했다. 그는 이렇듯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인정하고 현실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것을 제의했다.
대학 교단의 도덕주의적인 접근방식이나 개혁을 부르짖으면서 대안 없이 무조건적인 철폐만을 외쳐대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또 강 교수는 ‘카타르시스 망국론’을 펼쳤다. 문제 해결을 위한 발언보다는 쾌감을 얻기 쉬운 발언이 계속 인기를 끈다며 “카타르시스를 얻기 위해서는 의견이 맞고 이견이 없어야 한다”며 “의견이 다른 사람과의 재미없는 대화를 감내하지 않으면 소통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의식이 발달한 사람은 역량과 인맥이 부족하고, 역량과 인맥이 갖춰진 사람은 문제의식이 부족한 만큼 문제의식과 능력이 결합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 교수는 말했다.
또한 지식인과 대중의 소통, 보수적인 지역 토호들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지역의 공론장이 필요한데 지역언론이 그 장이 될 수 있다며 지역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리고 지방지가 부진한 결정적인 이유로는 홍보의 부족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을 재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미의 사망상태’라고 지방지를 진단하며 지역민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지역의 호기심거리를 해소하는 기사를 통해 우선 지역민들을 지방지로 끌어들이라고 조언하는 등 강 교수는 이론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무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