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칼로 저미는 한이 사무쳐야 소리가 나온다’는 소리가 있었다. 그 소리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정서 ‘한’을 타고 흐른다. 그 소리를 우리는 ‘판소리’라고 부른다. 판소리에 대해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지난 19일 ‘수요일의 인문향연’에 우리 대학 국악과 전인삼(국악·판소리) 교수의 강의로 판소리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판소리는 남도지역의 무속을 배경으로 형성된 예술로서 한국의 무속서사시인 서사무가의 서술원리와 구연방식을 토대로 흥미 있는 설화 등을 각색해 일반인들을 상대로 노래하면서 시작됐다. 문헌을 통해서 판소리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시점은 영조 무렵으로 민화제 유진한이 1754년 엮은 문집 『만화집』에 <가사 춘향이가 200구>가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의 판소리는 민중적 기반을 지녔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다 서서히 양반지식층으로 침투하게 되어 기록자를 만나게 되고 여러 변모를 겪게 됐다. 그러던 것이 19세기를 거치면서 계층을 초월한 민족예술로서 성장하는데 그 중심 역할을 했던 창자들을 전·후반기로 나눈다. 19세기 전반기에 왕성한 활동을 했던 권삼득, 송흥록, 염계달, 모흥갑, 고수관, 신만엽, 황해천, 방만춘 등을 ‘전기 8명창’이라 하고 후반기에 활동한 박유전, 박만순, 이날치, 김세종, 송우룡, 정창업, 장자백, 김창록 등을 일러 ‘후기 8명창’이라고 한다.
이 중 ‘전기 8명창’ 중 한 사람인 송흥록을 중심으로 전승된 판소리를 ‘동편제’라 부르며 전승지역은 주로 섬진강을 중심으로, 동쪽지역인 남원, 운봉, 구례, 곡성, 순창 등이다. 동편제는 아랫배에서부터 전력을 다해 고음으로 내지르는 이른바 우겨내는 발성과 소리 끝을 쇠망치로 끊어내듯 명확하게 종지하는 종지법, 별 기교를 부리지 않고 원형 리듬에 충실해 말을 붙여 가는 대마디 대장단 등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데 이러한 음악적 특징 때문에 고졸하고 선이 굵어 남성적인 느낌을 준다. 이에 반해 ‘후기 8명창’ 중 한 사람인 박유전을 중심으로 전승된 판소리를 ‘서편제’라 일컫는데 서편제는 광주, 나주, 보성, 담양, 화순 등 섬진강 서쪽지역에서 전승된 소리를 말한다. 동편제소리와 달리 서편제는 남도무악의 영향을 받은 계면조를 개발하여 심청가를 중심으로 보다 세밀하고 유려하며 기교적인 소리를 만들었는데 남도의 서남지역 무악의 음악적 어법을 적극 수용하여 보다 민중적 색깔이 짙은 소리이다.
  남도의 ‘서편제’를 배경으로 이청준의 소설 ‘서편제’, 또한 이를 각색한 영화 ‘서편제’가 예술적 짙은 작품으로 아직까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고 있다. ‘가슴을 칼로 저미는 한이 사무쳐야 소리’. 판소리의 중심 내용은 춘향가에서 느낄 수 있는 신분해방의 의지, 흥보가에서 나타나는 빈부의 모순에 대한 비판, 봉건이념의 모순과 해결의 전망을 제시하는 수궁가 등 지배계층의 인과론, 숙명론을 거부하고 민중의 경험적 갈등론을 제시하며 기존사회의 불평등과 모순을 비판하며 대안을 모색한다.
  기존사회를 비판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것. 그것은 가슴을 칼로 저미는 한에서 나와 사람들의 마음속에 스며든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우리의 전통음악 판소리는 창공의 푸르른 꿈을 간직한 채 오늘도 ‘가슴을 칼로 저미는 한’으로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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