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향기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작고 약한 나뭇잎이지만 오히려 모든 것을 가진 이의 풍요로움보다 모든 것을 베푼 이의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전쟁터, 적군의 비행기가 날아오고 있다. 막 엎드릴 자세를 취하던 장교는 4~5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한 어린 병사가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장교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곧바로 몸을 날려 어린 병사를 감싸안으며 쓰러졌다. 한바탕 폭격이 지나간 뒤 장교는 일어나 옷에 묻은 훍을 털어내며 어린병사에게 무슨 말을 하려다가 뒤를 돌아보고는 그만 멍해지고 말았다. 방금 전 자신이 서 있던 자리에 폭격으로 큰 구덩이가 패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병사의 어려운 상황이 곧 자신에게 겪게 될 시련의 전조(前兆)일지도 모른다. 목숨을 구한 병사보다 운이 좋은 사람은 바로 장교 자신이었다. 그러한 배려의 모습이 혹은 내 인생을 바꾸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도 있겠다.
  배려없는 사회로 인해 ‘묻지마 폭력’이 휘두른 칼날은 결국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불만이 쌓여 병적인 형태로 폭발한 경우라 할 수 있다. 평범해 보였던 사람이 선량한 이웃을 무차별적인 살인으로써 열등감과 무관심, 분노심을 표출한 참사를 누가 예측이나 했겠는가. 언제,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결국 개인적, 사회적 갈등이 날로 심해지고 있는 이 시대 속에서 나와 우리의 행복이 보장될 수 있는지 반문(反問)해 봐야 하지 않을까.
  저마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는 모습들, 자기 내면의 문제점을 고치기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다른 사람들의 잘못만 탓하려하는 태도, 자신이 남보다 낫다는 생각들. 그래, 남을 밟아놓고 쌓아놓은 결과물이 과연 자신에게 유익한 행복일까. 어차피 혼자 사는 인생이라는 건가.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가을단풍의 너그러움과 같이 살고 싶다. 자신이 남보다 낫다는 생각을 버리자. 다른 사람을 위해 베푼 인사 한마디가 곧 나의 행복과 성취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생각하자. 타인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성숙함과 남의 말을 소중하고 정중히 경청하는 태도를 통해 사회 구성원 간 근본적인 신뢰가 구축되어야 하겠다.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방을 무시하는 말이나 행동을 삼가자.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일이 때로는 바로 나 자신을 위하고 사랑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느껴야 할 일이다. 담배꽁초를 무의식적으로 바닥에 버리는 모습들, 생활관 내에서 밤늦게 큰 소리로 떠드는 모습, 시험기간에 책만 갖다놓고 사람은 없는 도서관의 모습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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