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인문향연 ‘진도인의 생사관’

  얼마 전 죽음을 다룬 흥미로운 일본 영화 ‘굿바이’가 개봉했다. 이 영화는 납관을 진행하는 사람인 납관사를 통해 죽음을 따스하게,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떠나보내는 의식으로 표현한다. 우리나라도 이와 마찬가지로 죽음을 웃음으로, 새로운 탄생으로 맞이하는 의식이 있다. 바로 진도의 ‘다시래기’ 풍습이다. 지난 5일 인문향연에서 ‘다시래기와 다시래기 이해를 위한 진도인의 생사관’이라는 제목으로 죽음의 의식에 대해 우리 대학 국어교육과 나경수 교수의 강연이 있었다.
  다시래기는 진도에서 이루어지는 독특한 상장례 풍속으로 1985년 2월 1일 국가지정 중요무형 문화제 제 81호로 지정된 출상놀이다. 보통 죽음을 엄숙하고 장엄하게 표현하는데 반해 다시래기는 춤과 재담, 그리고 음악이 어우러져지는 속에 출상놀이가 재미있게 진행된다. 바로 여기에 생사의 순환 법칙을 비탄에서 흥취로 전이시키는 역전의 논리가 숨어 있다.
  다시래기는 총 5마당으로 이루어지는데 첫 번째 마당 가상제 놀이에서는 가짜 상제가 나와 마당극을 펼친다. 머리에 짚신을 모자처럼 쓰고 있는 사람이 등장하는데 머리에 짚신을 쓴다는 것은 상·하의 바뀜, 즉 삶과 죽음의 순환을 의미한다. 다시래기는 슬픔 속에서 즐거운 상·하의 순환을 언뜻 보면 우스워 보일 수도 있는 해학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 손에는 방아를 들고 있는데 이는 성교행위를 뜻한다. 다시 말해 이는 새 생명의 탄생을 의미한다. 죽음의 현장에서 생명의 탄생이 이루어지는 순환. 그것이 다시래기의 핵심이다. 뒤이어 거사와 사당놀이, 상여놀이, 가래소리, 여홍이 차례로 진행된다.
  다시래기가 끝난 후 씻김굿이 이루어진다. 씻김굿은 무속적인 주검에 대한 해석이다. 죽은 자의 영혼을 씻겨서 저승으로 천도시키는 의례적인 행위이다. 오늘날 진도 읍에 있는 몇 개의 종합병원 장례식장에서는 무당이 주재하는 씻김굿이 열리고 있다. 진도 지역에서 씻김굿을 용인한다는 것의 의미는 사회적으로 민속을 재생한다는 것을 말한다. 진도사람들은 그렇게 자신들의 문화를 지켜나가고 있다.
또한 진도에서는 출상을 할 때 여자로 구성된 호상꾼들이 상여 앞에 긴 무명베를 양족으로 나누어 잡고 상여를 인도하는 풍속도 전해 내려오고 있다. 여성 호상꾼에 대해서는 진도 고유의 풍속으로 볼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해남군에서 치러지는 장례모습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는 것이 그 논거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고유의 풍속이든 아니든 다시래기를 포함한 다른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종합병원에서의 씻김굿 등 진도인의 민속을 지켜나가고 문화를 창조하는 힘은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죽음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아니 고유의 시각으로 우리도 ‘돌아가시는 분’을 축복하는 것. 다시래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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