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당신들, 왜 그렇게 뻣뻣한가 

언젠가 외국인 친구가 펑펑 울면서 말하기를, 너 외국인이 여기 살기가 얼마나 힘든지 아냐, 이러는 거였다.
  제 터전 아닌 곳에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 것인가 그다지 겪어보진 않았지만 그래 짐작이라도 할 수는 있겠다 싶은데,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다녀온 아이가 그리 서럽게 울어대니 당혹스럽고 난감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이봐, 한국의 관공서는 다 그래, 다 그 모양이라구... 원래 공무원들이 그래. 어쩔 수 없는 한국사람인 나는 그렇게 한심한 소리나 지껄일 수밖에 없었고, 그런 와중에 어떻게 덜 부딪히면서 목적한 바를 이루고 당당히 관공서를 나올 수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긴 했지만 상처받은 마음에 그다지 도움되는 이야기는 아니었을 터였다. 아니 그런다고 저렇게까지 감정상해해야하는가 싶기도 했고.
  그런데 내가 막상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가보니, 친구의 상처받은 그 마음 십분 이해가 됨과 동시에 아, 정말 당신 대체 몇 급 공무원이고 호봉이 얼마길래 그렇게 잡아먹을듯이 사람을 대하냐고, 화가 솟구칠대로 솟구치더란 거다. 순식간에 살인충동 마일리지 일억만점 적립. 아, 내가 한국말 ‘잘하는’ 한국인이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그 곳’에 가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그들의 짜증이란! 나는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그 짧은 시간동안, 도대체 내가 왜 여기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고민해봤다.
  아무래도 내가 그런 대접을 받은 이유는 내가 제기한 민원이 그들의 업무와 무관해서 그런 것 같은데,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혹시 여기가 여권 사증팀이 맞습니까? 하면 무슨 일인지 묻고 아니다 싶으면 이런저런 업무 부서로 가서 접수 하시라고 말해주면 되지 않나? 그런데 당신들, 왜 그렇게 뻣뻣한가. 민원인들이 많다면 모를까, 천천히 커피마시며 신문읽다 일어난 두 명의 여공무원들이 나를 가운데 두고 주고받은 대화는 흡사 욕처럼 들리는 거였다.
  그날 나는 우리 과 객원교수님의 비자를 발급받으러 간 거였는데, 대체 내가 전남대 총장의 직인이 찍힌 초청장과 내국인으로서의 한국어 능력이 없었다면 얼마나 무시를 당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내가 들어가서 봐도 삭막하고 뭐 친절한 안내문구는 단 한 개도 찾아볼 수 없는 잿빛 관공서에서 외국인들은 얼마나 많은 모멸감을 느껴야만 했을까. 앞으로 이 사회에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은 엄청나게 고압적인 태도로 왜 이런 서류 저런 서류를 안챙겨왔느냐고만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대체 어떻게 하면 된다고 알려주는 것 자체가 너무나 빈약해서 한국인인 내가 가도 뭘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더라... 잠시 등본이나 떼러갔던 북구청은 그에 비하면 초호화 서비스를 제공한 거였다.
   상황에 따라서는 일년에 수차례 어깨를 움츠리며 올 수도 있고 어쩌면 평생 한번도 갈 필요가 없는 곳이기도 한 출입국관리사무소, 대개는 이 땅으로 이주해온 사회적 약자들이 주로 출입할 수밖에 없는 그곳은 정말이지 죄 진 것 없어도 웬만하면 가고 싶지 않은 그런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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