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법인화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까? 넓지 않는 지면에서 심층 논의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몇 가지 점을 살펴보자. 법인화의 목적은 국립대학이 스스로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특성화된 교육·연구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인사와 재정 등 조직의 자율성을 높이고 구성원 위주의 폐쇄적 체제를 개방형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법인화를 반대하는 주장의 요점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교육 포기, 인문학 등 기초 학문 분야의 쇠퇴 우려, 등록금 상승이 야기할 저소득층 자녀의 고등교육 기회 박탈, 교직원 신분 불안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고등교육은 개인의 생산성 향상이 목적이므로 공공성이 없으며, 사립대학도 기초 학문 분야를 소홀히 하고 있지 않다는 점, 국립대학이 저소득층 자녀 교육에 특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반대 주장의 설득력은 크게 떨어진다. 문제는 교직원들이 공무원 신분에서 해제되어 고용 불안이 우려된다는 것인데, 이 역시 반대 논리가 되지는 못한다. 구조조정에 따른 자원의 재배치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법인화 이후에도 고용 안정은 물론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으며, 지속적 지원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대학이 장기적으로 홀로 설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불특정 다수가 내는 세금에 의존해야 한다면, 향후 더 치열해질 경쟁 시대에 그 존재 이유를 정당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실체도 모호한 ‘공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포장되고 있는 그럴듯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국공립학교의 문제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미국의 열성적인 교육 운동가들이 공립학교 설립을 강력하게 주장한 것은 경쟁력 제고보다는 국가라는 튼튼한 재정 보조자를 끌어들임으로써 월급 걱정을 덜기 위한 것이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지금까지 국립대는 획일화된 정부의 교육정책을 수용하는 한편 정부의 재정 보조에 의존해왔다. 거기에 교수들에 대한 퇴출 제도 부재에 따른 도덕적 해이가 더해져 경쟁력은 크게 떨어졌다. 사립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대학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제대로 된 고급 인력 양성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는 사실에 잘 나타나고 있다.
  법인화는 법인화에 따른 각 대학의 미래 전망에 따른 이해와 전반적인 대학 교육 경쟁력 제고라는 두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이해 당사자인 교직원과 학생은 각각 법인화 이후의 고용 사정과 등록금 동향에 큰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개별 대학의 이해와 경쟁력 향상이 꼭 상반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다. 법인화가 가보지 않은 길이므로 경쟁력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하는 대학에는 위협이 되겠지만, 학교 전반에 깊게 드리워진 도덕적 해이를 걷어내고 도약해보려는 대학에는 기회이자 희망일 수 있다.
  잠재적 경쟁력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근래에 존재감이 더욱 떨어지고 있는 전남대학교로서는 후자의 길을 택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학 구성원들은 법인화의 큰 틀을 수용하고 교육과학기술부의 법인화 안에 전남대학교가 처한 상황을 반영하여 더 실천 가능한 안으로 만드는 데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법인화가 경쟁력 향상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현재의 균형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면 법인화를 계기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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