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취업률, 어려운 재정상황, 중앙일보 평가에서의 낮은 등위 등 전남대학교를 둘러싼 여러 가지 우울한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 오고 있다. 이런 상황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면서도, 10월 7일자 광주일보 사회면에 실린 <대학생 헌혈 전남대 1위>라는 제목이 붙은 조그만 기사하나를 소개하면서 전남대의 미래에 대한 희망적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기사내용은 이렇다. 대한적십자사 통계에 ‘2007년도 대학별 헌혈실적’에서 헌혈의 집이 설치된 전국의 대학 17곳 중 전남대가 1만 5천 491회로 헌혈횟수가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2위를 기록한 울산대보다는 무려 2배나 많았고, 재학생 숫자와 비교한 비율 면에서도 69.4%로 다른 대학보다 월등하게 높았다고 한다.

  전대신문이 이 소식을 소개하지 않을까 싶어 10월 13일자 전대신문을 살펴보았으나 전혀 언급이 없었다. 기사내용을 발견하지 못해서였을 수도 있고, 발견했으나 크게 가치를 부여하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헌혈 1위 소식에서 전남대의 미래를 위한 희망을 발견하고 싶다. 금년 1월에 아르미 토론방에 2006년도 헌혈횟수에서 전남대가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을 듣고 <봉사정신을 용봉골의 학풍으로 !> 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이번에 다시 유사한 취지의 글을 올리는 것은 이런 소식이 가볍게 흘려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서이다.

  잘 알다시피 우리대학교는 매년 5월에 학교 여러 곳에 헌혈차를 배치하여 헌혈을 권장하고 있다. 5‧18항쟁 기간에 헌혈운동에 앞장선 광주 시민의 높은 시민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대학생들이 헌혈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한 것은 바로 이런 배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데 나는 이 헌혈운동이 그 자체로 그치지 않고 봉사정신으로 승화되고 전남대학교의 학풍으로 발전되기를 기대한다. 우리대학이 1980-90년대에 불의에 저항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운동에 앞장선 것이나, 피가 부족한 이웃과 동료들을 위해 헌혈운동에 나선 것 모두 봉사정신의 발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치열한 생존 경쟁 시대에 우리대학 학생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이다. 취업률이 낮은 것도 결국 학생들의 경쟁력이 낮다고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력을 갖게 만드는 제일의 요건은 물론 어학능력을 포함하여 전문성을 길러주는 것이다. 그러나 전국의 모든 대학생들이 거기에 매달려 있는 상황에서 전문성 하나만으로 경쟁력을 갖게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 지방대생들에게 드리워진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

  나는 그 알파를 봉사정신에서 찾고 싶다. 봉사정신이란 한 마디로 말하여 더불어 사는 정신이다. 가까이는 자신이 소속한 이웃과 공동체를, 더 나아가서는 자신과 직접적 관계가 없는 이웃과 공동체를 배려하는 마음이다. 이런 정신의 소유자들은 어디에 위치하든 환영받고 우대받게 되어 있다. 1980-90년대 면접장에서 우리대학 학생들은 “자네, 데모 얼마나 했어?”라는 질문을 받으며 가슴을 철렁거려야 했다. 앞으로는 “전남대생들은 봉사정신이 투철하다는데 자네는 어떤 종류의 봉사활동을 했어?”라는 질문을 받았으면 좋겠고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2006년에 이어 2007년에도 헌혈 전국 1위의 영광을 창출한 전남대생들이라면 충분히 해 낼 수 있다. 나는 인문대 교수님들에게 ‘막연함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것이 인문학이다“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헌혈 전국 1위에서 전남대의 희망을 발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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