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석 군에게 보내는 편지 

▲ 강의석씨의 미니홈피. 강씨의 나체 퍼포먼스 사진이 올라와 있다.

   지금 스물넷인 내가 처음 너의 이야기를 들은 건 스무 살, 대학교 1학년 때였다. 이제 막 입시의 압박에서 벗어나 누구도 제지하지 않는 자유를 어떻게 쓸지 몰라 방황할 때쯤 학교가 강요하는 예배를 반대하며 단식투쟁을 벌인 한 고3 학생의 소식이 들려왔지.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만들어 놓은 길에 순응하며 살아오고 어른들의 논리를 그대로 물려받아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피해가며 사는 것을 배운 우리였기에, 현실의 길에 놓인 바위를 돌아가지 않고 치우려는 너의 모습이 신선했고 약간의 영웅심리를 네게서 느꼈는지도 몰라. 적어도 그 때 너의 모습은 우리 세대에게 긍정적으로 남은 듯해.
  그런 너의 ‘반항’에 대해 우리 대학 학생들 1백여 명에게 간단히 설문조사를 했는데 58명은 너의 행동을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평가했어. 물론 거의 절반에 가까운 42명은 너의 진정성을 의심하거나 경솔한 행동이었다고 말했어. 1, 2학년 때는 조용히 예배하고 장학금까지 받다가, 3학년 때 갑자기 예배를 거부하고 단식을 하더니 그것을 경력으로 서울대 법대를 들어갔으니 의심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몰라. 너는 사회에 너를 알리는 첫 번째 사건에서부터 이미 또래들의 응원과 의혹을 동시에 받고 있었던 거야.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예배선택권을 얻어냈고, 또 너로 인해서 학생의 권리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으니 좋은 측면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거야. 학교로부터 받은 장학금도 반납했고 원래 서울대 갈 수 있는 성적이었다고 하니 이 시점까지는 이해할 수 있어.
  지난 1일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하던 군의 차량 앞을 넌 갑자기 알몸으로 뛰쳐나와 가로막았지. 네가 박태환 선수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예고했지만 정말 시도하다니 많은 이들이 놀랐고 제일 놀랐을 사람은 네가 가로막은 ‘천마’의 운전병일거야. 과연 이것은 또래들에게 얼마나 이해받고 있을까. 1백명 중 76명은 너의 이번 행동이 단지 세간의 이목을 끌기 위한 행동이라고 치부하고 있더군. 군대를 폐지하자는 너의 주장에도 거의 공감할 수 없다고 하고 말이야. 물론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 군대라는 최대폭력집단은 사라져야 할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폭력의 근원지는 군대가 아니야. 폭력은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에서 비롯되고 그것을 둘러싼 인간의 공격성과 방어성이 군대를 만들어 내는 거야. 인간에게 이기적인 욕심과 두려움이 그대로 존재하는데 무기만 놓는다고 분쟁이 사라질까? 그것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았니? 군대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대승적 차원에서 주장하는 게 아니라 단지 너 자신이 군대, 그것도 공익근무요원도 수행하기 싫어서 주장하는 것이라면 과연 너의 행동이 공감 받을 수 있을까. 다른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자신들이 감수할 위험을 알고 그것을 짊어졌기에 이해받을 수 있었어. 너는 무엇을 각오하면서 너의 진정성을 보여줄 생각이야?
  너는 어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지. “세상을 바꾸자는 생각에 회의가 들었고 그 후론 나 자신을 위한 것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너 자신에게 닥친 문제는 결국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야. 그것을 혼자 힘으로 그것도 누드 퍼포먼스 같은 돌발적인 행위로 갑자기 해결하려니 힘들 수밖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지 않겠니. 변화는 한명의 힘이 아닌 그 사람의 뜻에 공감해 뜻을 이어가려는 사람들이 존재할 때 가능해. 지금 당장에도 입시와 등록금, 그 외에 수많은 고통을 겪는 학생들이 있어. 그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려 노력하면서 우리 세대들의 공감을 얻어 네가 바라고자 했던 세상을 희망해서는 안 되겠니? 조금 느리겠지만 누드퍼포먼스보다는 조금 더 확실하고, 외롭지 않은 방법일거야. 너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같은 세대의 대학생으로서 보내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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