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언어학자치고 이제 한글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만큼 한글은 가장 과학적이고 편리한 문자임을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한글은 과연 다른 문자와 비교하여 얼마나 우수한 문자일까, 위대한 문자일까?
첫째, 만들어진 기간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문자는 로마자와 한자인데, 이것들은 각기 3천년 이상에 걸쳐서 만들어졌다. 지금도 한자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어쩌면 한자가 쓰이는 동안은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불완전한 문자라는 말이다. 사람의 소리를 자음과 모음으로 구별하여 적는데, 인류는 무려 3천년이 걸렸던 것이다. 그런데 세종대왕은 세종 즉위 후 바로 시작했다고 해도 불과 25년 만에 그리스 문자를 압도하는 완벽한 문자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한글은 표현을 못하는 글자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의 창의력이 세계에 우뚝 서는 순간이었다.
  둘째, 소리와 발음 기관의 완벽한 연관성이다. 로마자는 소리와 문자는 전혀 별개이다. 그냥 약속 일 뿐이다. 이집트에서 예를 들면 ‘소’할 때 ‘ㅅ’ 소리가 나니까 ‘소’를 그려 놓고 이를 ‘ㅅ’이라고 하자라는 식이었다. 이것이 말이 다른 페니키아, 그리스로, 로마로 가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냥 약속 일 뿐이다. 그런데 1940년 안동의 희방사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됨으로써 한글은 발음 기관을 본떠서 만들었다는 것이 비로소 밝혀졌다. 이것은 세계 언어학자들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서양에서 음성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겨우 [d, t], [b, p], [s, z], [v, f], [g, k] 등을 짝지어 유성음 무성음을 구별해 놓고 득의만면하고 있었는데, 15세기 초에 벌써 이런 것을 완벽하게 알아냈을 뿐만 아니라, [g, k]를 혀가 입 천장에 닿는 모양을 본떠서 아예 글자 모양과 비슷하게 [ㄱ, ㅋ] 더 나아가 된소리까지 표현하여 [ㄱ, ㅋ, ㄲ]까지 만들었던 것이다. 셋째, 한글은 누가 보아도 자음과 모음을 구별할 수 있다. 왜? 모음은 반드시 가운데, 또는 오른쪽에 있기 때문이다. 로마자는 풀어쓰기 때문에 척 보고 자음과 모음을 구별할 수가 없다.
  한글은 소리 나는 단위가 음절로 되어 있다는 것을 그대로 활용하여 한 자 한 자에 자모를 붙여 놓아 소리 단위를 금방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로마자는 어지간한 전문가가 아니면 음절 구분을 못한다. 한글은 바보라도 할 수 있다. 다른 말로 바꿔 말하면 한글을 아는 사람은 바보라도 로마자 아는 천재와 같은 급이 된다는 말이다.
  한글을 세종대왕이 ‘제 뜻을 펴지 못하는 백성을 가엽게 여겨 28자를 만드노니, 쉽게 익혀 편안케 사용하게 할 따름 이니라’라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만들어진 글자다. 더구나 한글은 그런 의미를 떠나서 지금까지 지구상에 나온 글자 중에 가장 완벽하고 훌륭한 표기체계로 인정받고 있다.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에서는 ‘세종대왕 상(King Sejong Prize)’을 만들어서 문명퇴치에 공헌이 많은 각국의 유명단체에 이상을 수여하고 있다. 물론 시상일은 한글날인 10월 9일이다. 그러니까, 국내에서 조촐하게 한글날 행사를 할 때 한국 밖의 유엔에서는 세계적인 행사로 ‘세종대왕상’ 시상식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어느 곳에 내다놔도 부끄럽지 않는 우리말 한글, 이제 우리도 한글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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