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모임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내가 앉아 있던 옆 좌석에는 어느 기업의 중견 간부정도로 보이는 어른들이 앉아 계셨는데, 그분들은 뮤지컬 ‘맘마미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물론 그분들의 이야기를 일부러 들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었던 내용인지라 잠자코 듣고 있었다. 그 중에 어느 한 분이 원래는 티켓 값을 모두 지불하고 공연을 보려고 했었지만 어쩌다보니 그곳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고 그런 연유로 다소간의 할인을 받고 공연을 관람했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분은 “아.. 나는 문화를 위해서 티켓값을 제대로 지불하고 공연을 보려고 했는데, 그러질 못해서 아쉽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문화를 위해서’라는 말이 어쩐지 듣기에 좀 거북했었던 느낌을 아직까지도 지울 수가 없다. ‘문화를 위해서...’ 문화를 위하는 일이란 과연 무엇인가?
  물론 맘마미아와 같은 공연을 보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지역 예술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예술단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지역의 예술단체들은 상당히 어려운 환경임에도 지역 예술을 잇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꾸준하게 예술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은 어떠한가? 비단 우리의 관심 뿐만이 아니라, 지자체를 비롯한 지역사회 자체의 관심은 현저하게 낮은 것이 지역 예술단체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문화수도라 자처하는 광주에서, 광주 예술의 바탕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의 예술단체들에는 관심을 갖지 않으면서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에 달하는 돈을 지불하고 유치한 대형공연들을 적게는 수 만원에서 많게는 수 십 만원까지 지불하고 관람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쩐지 아이러니한 느낌을 감출수가 없다.
  지역의 문화예술 단체를 위하는 것은 문화를 위하는 것이 아닌 것인가? 사실 지역 문화 예술의 수준도 서울로 일컬어지는 중앙의 문화 예술과 질적인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타의 부분에서는 차이가 존재하겠지만 우리가 충분히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면 지역의 문화예술도 중앙의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지역에도 대형 공연들이 많이 유치되고 있다. 공연 기획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장사가 되기 때문에 좋은 일일 것이고, 관객의 입장에서 본다면 수고스러움을 덜고 유명 공연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일일 테지만 대형 공연들의 화려함속에 가려져 있는 우리 지역 문화 예술의 공연들의 소박함은 어쩐지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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