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마감만 아니었으면! 나도 한 손에는 풍선을 들고 한 손에는 사랑하는 연인의 손을 잡고, 연인과 한가로이 용지에서 보트를 타고 싶었다. 무대 위로 올라가버릴 듯한 포즈로 ‘손 한 번만 잡아 달라’며 이승환에게 애걸복걸 하고도 싶었다. 주막에서 파전에 막걸리도 먹고 싶었다. 축제를 즐기고 싶었다. 그런데 ‘축제를 즐긴다’는 게 무엇일까? 또 ‘축제’란 무엇일까?
  축제 둘째 날 있었던 용봉가요제에 아는 오빠가 무대에서 공연을 한다기에 보러갔다. 용봉가요제가 끝날 즈음, 옆자리에 앉은 한 남학생이 내게 물었다. “오늘 가수 안 와요?” 마음속으로 ‘가수는 어제 왔지. 너 전대생 아니구나?’하며 “가수 어제 왔었고, 내일 폐막식 때도 온다”고 친절하게 이야기 해줬다. 그랬더니 고맙다는 말도 없이 ‘무례하게’ 옆에 있던 친구에게 “아, 오늘 가수 안 와?”하며 행사가 진행 중인데도 바로 그 자리를 뜨더라. 가수가 그렇게 대단한가? 나도 사실 그랬다. 이번에 체리필터와 이승환이 온다기에 ‘왜 활동 중이지도 않은 가수를 초대했을까?’ 했다. 주변 친구들도 “왜 그런 가수들을 불렀는지 모르겠다”고 불평을 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축제에 꼭 가수가 와야 할까?’하는 생각이 든다. 체리필터와 이승환을 부르는 데도 2천여만 원이나 들었다고 한다. (물론, 더 비싼 가수들도 많단다) 총학생회를 탓할 일이 아니다. 총학생회도 ‘꼭 축제에 가수를 불러야만 할까’하는 고민을 했을지 모른다. 우리의 잘못된 ‘축제’에 대한 인식이 캠퍼스에 체리필터와 이승환을 초대하게 한 것이다. 그런데 차라리 그 돈이면 동아리들에 조금씩 지원을 해줘서 작지만 특별하고 이색적인 행사를 마련하게 하면 어떨까? 아니면, 차라리 그 돈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씩 ‘공연 관람료’ 형태로 나눠줘서 원하는 공연을 보게 하면 어떨까?
  용봉가요제가 끝나고 노래패인 친구 공연을 보기 위해 잠깐 앉아있었다. 체리필터 못지않은 에너지가 내 친구에게서 나오는 걸 봤다. 그녀는 너무 예뻤다! 그런데, 내 친구는 2천만 원? 아니, 2천원도 안 받고 노래하는데! 괜히 내가 억울했다. “노래하는데 사람이 너무 없다”고 안타까워하던 내 친구와 용봉 대동풀이 사이에서 ‘축제가 무엇일까’와 ‘축제는 무엇이어야 할까’를 생각했다.
  이효리나 원더걸스 같은 가수들 부르지 않아도 신나는 축제. 내 옆에 있는 친구의 끼와 웃음을 볼 수 있는 축제. 용봉 ‘대동’ 풀이답게 모두가 함께 하는 축제. 그런 축제가 진짜 축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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