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 올림픽을 보고

  북경 올림픽이 개최되는 동안 중국 전역에는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同一個世界, 同一個夢想)이라는 문구가 적힌 깃발이 나부꼈다. 이 문구는 북경 올림픽을 통하여 국제사회에는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중국에게는 55개 소수민족과 한족을 중화민족(中華民族)이라는 하나의 민족으로 통일하고자하는 염원을 담고 있다. 장예모 감독이 기획한 개막전 행사와 개막식과 폐막식에는 ‘짝퉁 소수민족’ 논란이 있었지만 55개 소수민족의 다양성과 민족대단결을 표현하였다.
  이번 올림픽을 통하여 중국은 그 동안 서방세계로부터의 온갖 굴욕을 극복하고 “평화롭게 국제사회의 강대국으로 우뚝 선다”는 중화민족 화평굴기(和平堀起) 내지 대국굴기의 시대로 본격적으로 진입하였음을 만 천하에 선언하였다. 그 동안 중국의 대외정책의 기조는 등소평이 제창한 “칼날의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르자”는 도광양해(韜光養晦)였다.
  중화민족주의는 지난 3월 화염(火焰) 속의 티베트 유혈사태로 세계 여론이 악화되고 올림픽 성화(聖火) 해외봉송 과정에서 수난을 받으면서 중국인들을 결집시키는 기제로 작용하였다. 이후 5월 쓰촨(四川)대지진이라는 재화(災禍)가 일어나자 중국인들은 국난 속에서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이며 응집력을 과시했다.
  이번 북경 올림픽을 상징하는 마스코트 ‘푸와(福娃·복인형)’ 안에는 ‘소수민족 코드’가 숨어있다. 베이베이, 징징, 환환, 잉잉, 니니의 5개 마스코트는 중국적 사고방식을 반영하는 상징을 담고 있는데, 5개 마스코트 앞 글자를 따서 발음하면 베이징환잉니(북경은 당신을 환영합니다)라는 의미가 된다. 그런데 북경 올림픽에 환영 받지 못한 소수민족 디아스포라가 있다. 북경 올림픽 마스코트 중 잉잉은 올림픽 성화 봉송기간 내내 중국을 괴롭혔던 티베트와 관계 되는 인형으로 멸종위기 보호동물인 ‘티베트 영양’이다. 잉잉의 머리 장식은 중국 서부 티베트와 신장 소수민족의 전통을 상징하고 있다. 5개의 마스코트 중에서 유일하게 역동적인 뛰는 모습으로 묘사돼 있다. 국제사회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분리 독립 움직임이 있는 티베트 상징을 포함시켜 민족통합이라는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티베트를 상징하는 동물은 야크지만 검은 빛의 저돌적인 야크를 순한 양으로 바꾼 것도 매우 정치적이다.
  북경 올림픽은 하나의 세계를 열창하는 화려함 속에서도 민족국가 건설을 향한 ‘모국 없는 디아스포라’(stateless-diaspora) 소수민족 문제를 완전히 가리진 못했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티베트와 신장은 여전히 중국의 화약고임을 증명했다. 올림픽 기간에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고 있는 달라이 라마의 티베트를 비롯해, 동투르키스탄공화국(East Turkistan)을 수립하기 위해 무력을 동원하면서까지 독립운동을 하고 있는 신장위구르자치구, 몽고와 러시아 브르야트, 중국의 내몽고 간 ‘삼몽’통일을 주장하는 몽고족의 저항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저항에 대하여 민족구역자치라는 정치제도를 통해 형식적으로는 평등한 지위를 부여하고 있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다수를 차지하는 한족과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중국 내 티베트와 신장에서의 결렬한 저항을 보면서 ‘하나의 세계’라는 구호가 결국 ‘하나의 중국’이라는 벽도 넘지 못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올림픽이 중국 내 소수민족 권리와 종교의 자유, 언론·표현의 자유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 국제사회와 인권단체들을 실망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또한 ‘하나의 세계’라는 세계 평화를 갈구하는 구호는 북경 올림픽 개막식 날 러시아의 그루지야 공격으로 실현 불가능한 ‘하나의 꿈’이 되고 말았다. 개막식 축포는 러시아의 그루지야 공격을 위한 신호가 된 것이다. 체첸(Chechnya)에 이어 코카서스(Caucasus)지역에서 그루지야인과 러시안 디아스포라(Russian diaspora)간의 유혈 충돌이 확산되며 국제분쟁 지역으로 등장하였다.
  ‘하나의 세계’를 향한 세계화가 진척되고 있지만 지구촌 곳곳에는 소수민족의 분리독립운동 과정에서 유혈충돌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원인에 대하여 미국 예일대 Amy Chua 교수는 ‘불타는 세계’ 즉   ‘世界火’는 강대국의 강압과 폭력적인 통합정책으로 인한 백래시(backlash)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분쟁의 해결 방법은 무엇인가? 해답은 북경 올림픽 개막식에서 중국인들이 보여준 ‘和’에서 찾을 수 있다. ‘和’는 난세의 춘추시대 천하무도(天下無道)를 목도한 공자가 늘 강조한 和爲貴(어울릴 줄 아는 것을 귀히 여겨야 한다)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고, 현 중국을 이끌고 있는 후진타오 주석의 정치이념인 화해사회(和諧社會) 즉 조화(調和)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화해의 전제는 다수의 힘으로 소수자에게 폭력을 휘두른 자의 진정어린 사과와 명문화 된 재발방지 약속 등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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