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철 교수 사건 등 계기로 되돌아본 ‘국가 보안법’

“민주주의 근원에 있는 가치와 이념의 다양성 부정하는 것”

▲ 국보법 위반 혐의 구속 기소 기각 사건으로 국가 보안법에 대한 폐지 노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최근 이명박 정부의 신공안정국 조성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방부가 군대 내의 반입을 금지할 목적으로 불온서적 목록을 발표한 것이나, 경찰이 사회주의 노동자연합(사노련) 운영위원장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등 7명을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긴급체포하여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건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국방부는 출판계의 권장도서마저도 불온서적으로 분류하면서 ‘동네 북’ 신세가 되었고, 경찰은 법원에 의해 사노련의 활동이 “국가의 존립 및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하여 구속영장이 기각됨으로써 체면을 구겼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5년 전 뜨겁게 달구었던 송두율 교수 사건이후로 잠잠하던 국가보안법을 이명박 정부가 다시 꺼내들기 시작하였다는 점이다. 도대체 국가보안법이 어떤 엄청난 마력을 지닌 법이기에 87년 이후 민주주의로 이행하여 민주주의를 실천해 온 국가에서 정권의 담당자들은 구시대의 대표적 악법이며, 국가인권위원회 조차도 인권침해의 심각성 때문에 그 폐지를 권고하였던 국가보안법의 마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과거 이승만 독재정권을 비롯한 군부독재정권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강력한 저항으로부터 ‘정권유지’를 위해 냉전하의 이데올로기 대립이라는 한반도의 특수상황을 최대한 활용하였다. 즉 북한 및 공산주의국가의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확보’한다는 명분하에 언론·출판의 자유, 사상·양심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을 제약하거나 침해하여 정권을 유지하였다. 그 핵심에는 계엄법, 긴급조치, 국가보안법, 위수령 등이 있었다. 이들 법규를 통해 적국 또는 외부로부터의 침략에 대해 방위를 담당해야 할 군이 비상사태로부터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킨다는 구실 하에, 본래는 치안의 대상이 되어야 할 ‘사회질서유지’의 영역에까지 용이하게 개입하게 됨으로써 국민들의 인권이 광범위하게 침해되었다.
  그 중에서도 국가보안법은 사회주의이념의 확산·창도 등에 의한 ‘체제전복’의 위험을 사전에 방지한다는 치안입법의 기능뿐만 아니라,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이롭게 하는 모든 행위를 처벌대상으로 하는 특수예방적인 안전보장 기능을 수행해왔다. 즉 북한은 군사적인 면에 있어서는 언제든지 직접 침략을 감행할 지도 모르는 ‘적국’이기 때문에 안보의 대상이 되고, 그 이데올로기적인 면에서는 체제전복을 꾀하고 전파하는 ‘반국가단체’로서 치안의 대상으로 되어 온 것이다. 이러한 안보와 치안의 착종상태 하에서 국가보안법은 북한과의 대치라는 특수상황으로부터 안보의 논리를 접맥시킨 특별치안입법으로서 국가존립과 체제수호를 위협하는 세력의 확산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그 모체가 된 일본제국주의 시대의 치안유지법이 주로 ‘반체제운동’의 목적수행활동만을 처벌대상으로 한 것에 비해, ‘반체제운동’의 개념을 보다 넓게 확장해서 ‘반국가활동’의 목적수행활동뿐만 아니라, 직접 목적수행과는 관계가 없는 찬양·고무·동조 등도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는 데 그 특징이 있다. 즉 ‘반국가활동’이란 “정부를 참칭하거나 변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반국가활동’의 행위 및 이를 이롭게 하는 찬양·고무 등의 행위를 가리킨다. 따라서 문면상은 ‘반국가단체’인 북한이 그 주된 대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찬양·고무, 반국가단체구성 및 이적단체구성, 회합·통신, 이적표현물의 출판·소지·반포 등의 규정을 통하여 그 규제대상이 주로 한국사회 내부로 향해져 국가권력의 자의적인 해석과 운영에 의해 정치적 반대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주요한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되어 온 것이다.
  위와 같은 “국가보안법을 이명박 정부가 다시 꺼내든 것은 사회의 건전한 비판세력이나 정치적 반대세력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려고 하는 정치적 의도의 표현”이며, 민주주의의 근원에 있는 가치와 이념의 다양성을 부정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나아가, 국가보안법이 과거 인권침해라는 부작용을 낳긴 했지만 국가의 안전을 위해선 그래도 있어야 한다는 억지논리 뒤에는 민족분단에 의한 동족상잔의 전쟁의 경험과 그 이후의 반공이데올로기 교육 등에 의해 국민들의 뇌리 속에 뿌리 깊게 각인되어 있는 ‘레드 콤플렉스’ 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고 하는 속셈이 존재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즉 반공에 호소함으로써 정치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수구세력에게는 불명확하고 다의적인 개념으로 구성된 국가보안법이 과거 권위주의체제 하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정치적인 수단으로써 대단히 매력적인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정권을 견고히 하는 것이나 국가의 안전은 헌법상 보장된 개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억압하거나 제약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필수불가결한 경우가 아닌 한 국가권력의 간여를 배제함으로써 사회 속의 다양한 가치와 이념에 의해 형성되는 건전한 시민사회와 성숙한 민주주의에 의해서만 담보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과거 정권유지를 위해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강권통치가 결국에는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국민의 심판을 받고 만 역사적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며, 국가보안법의 마력으로부터 벗어나 그 폐지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이룩하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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