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떠나온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에게서 떠나갔다


  INDIA. 그 곳에 대한 수많은 정보와 주위사람들로부터 들어왔던 이야기들을 뒤로한 채 21명의 ‘상큼이 가족’은 ‘사랑과 행복’의 보따리만을 비행기에 싣고 떠났습니다. 밤하늘 속에서 빛나는 아시아의 희망들과 거침없이 펼쳐진 대륙의 삶을 지나 도착한 India.
  20여 시간 끝에 도착한 Chennai지역은 우기인지라 현지 일정 동안 날씨가 수시로 바뀌곤 했습니다. 한 낮에 대지를 장악한 태양의 열기와 오후 때 떨어지는 빗줄기는 그 변화무쌍함을 뽐이라도 내듯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국내에서 교육봉사와 문화교류준비에 만전을 기하고자 노력했건만 막상 현지에 와보니 우리가 소홀히 지나친 것들이 많아 보였습니다. 인도에 도착하자마자 짧은 휴식 후 들뜬 마음을 접고 각자가 맡은 분과와 공연연습에 들어갔습니다. 이는 우리가 국내에서 연습을 게을리 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좀 더 정성이 깃든 동작과 눈빛을 통해, 우리들이 이곳에 온 이유를 그들이 쉽게 받아들이고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들이 우리를 다시 뭉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아침 해가 한국에서와는 다르게 뜨겁게 떠올랐습니다. 학교에 도착한 것은 출발한지 거의 20여분이 지나고 나서였습니다. 교실 밖으로 뛰쳐나와 우리들을 열렬히 환영해주는 학생들. 봉사 일정이 지날 갈수록 저들의 다른 피부, 다른 언어가 낯설지가 않고 가슴에 오래품은 향기처럼 친밀한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우리는 이 순간 존재하는 서로에게 신비감을 느끼며 서로의 눈을 응시하며 호기심을 충족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신비한 나라에 도착한 걸리버들은 검은 피부에 너무나도 아름다운 눈을 하고 있는 인도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교육에 들어갔습니다. 아이들은 우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심과 웃음으로 환대했습니다. 팀원들 모두가 식은땀을 흘리고 각자의 분과(영어, 위생, 체육, 과학, 미술)와 팀별 공연(태권도, 탈춤, 차력, 인도국가&애국가), 노력봉사(painting, 벽화)를 마치고 이제 차를 타기 위해 아쉬운 마음으로 차로 가던 중 아이들이 같이 따라오며 그새 배운 한국어로 “잘가~”, “안녕” 하며 걸리버들을 환송해주었습니다. 묘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때의 느낌을 뭐라 할 수 있을까요? 단지 교육과 봉사의 성과로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미지의 신비한 능력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신비한 능력은 저 아름다운 눈에서 나오는 거라 생각되었습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 인도와도 이별. 그리고 아이들과도 이별이었습니다. 또한 내가 그동안 숨 쉬었던 오래된 인도향기, 그 환상과도 안녕입니다. 조금씩 나로 돌아오는 동안이 지금도 힘들게 느껴집니다.
  지금은 막연히 잊혀져가는 존재가 되어버린 아이의 웃음과 눈빛, 하지만 언젠가 자그마한 웃음소리에 너희를 품었던 우리들의 가슴은 기억할 것입니다. 그때는 환상이 아닌 그리움으로 피어날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너희를 떠나온 것이 아니라 너희가 우리에게서 떠나간 것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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