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학기 종강 이후 동국대에서는 강의 평가 결과를 학생들에게 공개했다. 또 올해 1학기 종강 이후 서울대도 학교 차원의 공식적인 강의 평가 공개는 아니지만 총학생회 차원에서 자체 강의평가프로그램을 마련해 학생들에게 강의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학생과 교수들 사이에서는 ‘강의 평가를 공개해야 하는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강의 평가 결과 공개가 결코 좋은 효과만 낳거나 나쁜 효과만 낳지는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강의 평가 결과 공개에 따른 학생과 교수들의 입장과 장·단점을 알아보았다. /엮은이

강의평가자료 어떻게 쓰이나

  학기 말이 되면 어김없이 성적을 확인하기 전 수강한 과목에 대한 강의 평가를 해야 한다. 강의 평가를 하지 않으면 성적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 일부 학생들은 객관적으로 성실하게 평가를 하겠지만 일부 학생들은 한 점수로 몰아서 찍는 등 불성실하거나 지극히 주관적으로 평가를 하기도 한다. 따라서 강의 평가 결과에 대한 신뢰성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강의 평가 자료는 교수 재임용 시 평가 기준에 들어가거나 교수업적평가, 우수 교수 표창, 우수 학과 표창에도 쓰인다. 물론 이 평가 자료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나 교수 평가에 있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학생들은 교수들의 강의 평가 결과를 일체 확인할 수 없으며, 교수들도 본인의 강의 평가 결과 외에는 다른 교수들의 강의 평가 결과는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확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평가 결과 공개하면?

  강의 평가 결과를 공개하면 무엇이 달라질까.
  우선 강의 평가 결과가 공개되는 만큼 교수들의 강의 준비 정도, 강의 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강의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있는 동국대학교의 교무처 담당자는 “학생들에게 강의 평가를 공개 하니 자연스레 교수들의 강의 수준이 높아지고 교수들이 강의에 대해 철저히 준비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학생들이 다음 학기 강의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도 객관적인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강의 평가 자료가 학생들의 강의 선택에 있어 객관적 지표로 사용된다는 인식을 하게 되면 강의 평가를 할 때 조금 더 신중하고 객관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서울대 총학생회에서 개발한 강의 평가 프로그램에는 지금까지 5천명 이상 되는 학생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강의 평가 결과 공개의 실질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교수들은 다소 반대하는 입장이다. 교육발전연구원(이하·교발원) 염민호 교수는 “강의 평가가 전체 학생들에게 공개된다면 학생 전체에게는 이득이 될 수 있지만 교수들 사이에서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의 평가 공개에 따른 피해 중 하나로, 비전공 교수가 전공 교수 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 있다. 전공을 듣는 학생들과 교수 사이에는 친분이 있으니 이러한 것이 잘 작용해 강의의 질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강의 평가가 좋을 수도 있다. 반면 교양 담당 교수나 시간강사는 있는 그대로의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으니 강의 평가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게 나올 수 있다. 이처럼 강의 평가 결과를 공개한다고 해도 강의 평가 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강의 평가 결과 공개에 대한 보완책으로 교발원 김영록 연구원은 “강의 평가라는 것이 수업을 충실히 이행했는가와 연계되는데 강의 평가를 총괄평가로 하기 보다는 중간, 중간 형성평가를 두어 그 때마다 피드백을 한 후 전체적인 총괄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목적이 ‘교육’ 자체가 돼야지, 강의 평가에 얽매여서 목적이 빗나간 강의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강의 평가 결과 공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 같은 찬반 논란에 대해 박충년 교무처장은 “교수들과 강의 평가 결과 공개에 대한 의견을 나눠보겠다”며 “우선 학생들이 강의 평가를 하기 전에 강의 평가가 사용되어지는 출처를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학생들이 신중하게 강의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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