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강~수월~래~! 강~강~수월~래!
  내 무의식 속 한 구석에는 태양보다 더 밝은 듯한 하얀 달빛이 내리쬐는 어느 시골 밤, 양 옆에 있는 친구 둘의 손을 꼭 잡고 빙빙 돌며 ‘강~강~수월~래’를 신나게 외치던 기억이 자리 잡고 있다. 눈부시도록 내리쬐는 은색 달빛에 감사하며,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두 친구의 손을 꼭 잡으며, 곱게 차려입은 한복 치맛자락을 신나게 펄럭거리며 ‘강~강~수월~래’. 강강술래 한 번이면 저 멀리 달에 있는 토끼라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기억. 어쩌면 내 무의식 속의 그 기억을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의식 속 한가위의 따듯한 풍경을.
  이제는 강강술래 대신 ‘술래잡기’다. 시집·장가 못 간 노처녀, 노총각은 이제 ‘술래’ 축에 끼지도 못한다. 기성세대와 이 시대가 임명한 술래들은 따로 있다. 대학교 4학년인데도 취업준비가 안 된 사람이 바로 ‘술래’! 대학교 2, 3학년인데도 진로를 결정하지 않은 사람도 ‘술래’다. 명절이면 어김없이 친척들로부터 ‘너 졸업하면 뭐할래?’, ‘뭐 해먹고 살래?’하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술래. 잘못한 것도 없는데 자꾸만 숨어야 하고, 도망가야 하는 술래……. 가장 슬픈 술래는 얼마 전 졸업한 ‘백조’와 ‘백수’ 술래들이다. 한가위라는데 기쁘지가 않다. 그래서 이번에는 차라리 시골에 안 가기로 결심한다. 잡히면 안 되는 술래 역할을 충실히 하기로 한 것이다. 그들에게는 ‘한가위’가 아니라 ‘혹한(酷寒)가위’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방어를 하기 위해 처녀들을 동원해 전략적으로 한 ‘강강술래’의 ‘강강’에서 ‘강’은 주위,원(圓)이라는 뜻의 전라도 방언이고, ‘술래’는 한자어로 된 ‘巡邏(순라)’에서 온 말이란다.
따라서 ‘강강술래’는 ‘주위를 경계하라’는 당시의 구호라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강’을 두 번 반복해 ‘강강’이라고 한 것은 특히 주위에 대한 경계를 강조한 것이다. ‘혹한(酷寒)가위’의 술래들아.
  이번 한가위에는 특히 ‘강강’을 크게 외치며 강강술래를 해 보자. 술래들의 미래를 결정지으려 하는 ‘이 시대 진짜 술래’들과 물가 폭등과 주가 하락, 시대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MB정부를 경계하며. 강강강강수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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