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 여러 대학에서 채택하고 있는 총장 직선제도는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부산물이다. 1970년대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대통령을 국민들이 직접 선출하지 못하게 되면서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여겨졌던 직접선거제도는 사회의 여러 부문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이 직접 선출하였던 학생회장이 임명제로 바뀐 것이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기 시작한 1980년대 후반부터 우리 사회에 직접선거 제도가 부활하면서 학교의 회장들도 다시 학생들이 직접 선출할 수 있게 되었다. 자율과 자유를 그 이념으로 하며 민주화운동의 본산이 되어왔던 대학에서도 1990년대 들어서부터는 총장 또한 직접선거제도로 바뀌게 되었다.
  이처럼 총장 직선제도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상징하는 의미가 담겨있기는 하지만, 몇 차례의 선거를 거치면서 그 폐해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정치인들을 뽑는 선거와 마찬가지로 주로 선거운동 과정에서 드러나는 부작용들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 점은 올해부터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를 받게 되어 웬만큼은 해소되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직선제에 따르는 또 다른 부작용, 정치인들을 뽑는 선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폐해가 있다. 그것은 입후보자들이 보통 실현 불가능한 공약들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직접선거에 의하여 행정부나 입법부에서 일하게 되는 사람들이 그렇듯, 대학의 총장(후보자)들 또한 당선되기 위하여 상당히 많은 종류의 실현되기 어려운 공약들을 내세운다. 지난 몇 차례 직접선거를 통하여 선출된 총장들의 공약들이 모두 이루어졌다면 아마도 우리 대학은 이미 세계적인, 최소한 국내에서라도 유수의 대학이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사실상 상당수의 공약들은 4년이라는 기간 내에 달성하기 어렵거나 대학 총장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것들이었다.
  새 학기부터는 새로운 총장체제가 출범하게 된다. 새 총장이 어떤 공약을 내세워 당선되었건, 우리 대학에서 우리 구성원들이 보다 현실적인 변화들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세계 몇 대 대학을 만들겠다느니 유명 사립대학 수준의 기금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보다는, 예를 들어 보다 쾌적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연구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야기가 실질적이고도 구성원들이 바라는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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