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숫자를 경멸한다. 특히나 ‘1’이라는 숫자를 경멸한다. 어렸을 때는 철이 없어 ‘1’이라는 숫자를 좋아하고 ‘1’에 부단히도 집착했다. 1등이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1등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1’은 지독히도 나를 괴롭혔다.
  전남대학교가 1등 대학이 되는 길은 곧 ‘1등’을 잊는 길이다. 숫자에 집착할 때, 숫자는 떠나고 만다. 나는 전남대학교가 1등 대학이 아니어도 좋으니, 사람을 만드는 대학, 꿈을 찾고 꿈을 키워주는 대학이었으면 좋겠다. 대학의 최고 목표가 뭘까. ‘사람 만들기’, ‘사람 키우기’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게 하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너를 이런 인재로 만들어 주겠다’는 식의 나를 조정하려는 말은 별로 달갑지 않다. 그저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면 그걸로 됐다. ‘네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찾도록 도와줄게’하는 말이 더 감동 적이다. 대학이 원하는 인재 보다는 학생이 원하는 대학이 되었으면 한다. 학생을 조정하려 하는 순간 대학은 조정당하고 말 테다.
  대학은 작은 사회다. 작은 사회인 대학에서 가장 높은 자리와 가장 낮은 자리 모두 경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일종의 ‘실험장’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저 ‘실험’이므로 실패해도 나무라지 않는… 마지막으로 ‘전남대’는 ‘전남대’를 벗어나야 한다. ‘전남대’에 얽매이지 않을 때, 그 모든 실험이 가능하다. 또한 전남대를 벗어날 때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람을 만드는 대학, 꿈을 키워주는 대학이 될 수 있다. 전남대가 이제까지 달려온 56년의 역사도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과거와 숫자에 집착할 때 상상력은 죽고 만다. ‘TOP5, WORLD100’의 현실 말고 ‘나를 나로서’ 살 수 있게 하는 상상력을 기를 수 있게 해 달라.
  ‘자랑스런 전남대인’이 아닌, ‘사람다운 사람’을 길러내는 대학이길 바란다. ‘전통과 성과’ 중심이 아닌 ‘사람과 학생 중심’의 대학, 꿈을 키우는 대학을 꿈꿔본다. 전남대가 60살 되는 해에는, 더 이상 ‘전남대’가 아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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