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주노동자, 이주 여성, 동성애자, 빈곤 계층의 사람들.
  우리 사회의 소수자라 일컫는 사람들이다.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조금’ 다른 신체 구조, 성적 취향, 피부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이 사회에서 차별받는 사람들이다. 공교롭게도 이 소수자들은 하나 같이 그 수가 적다. 그래서 아무리 외쳐도 큰 목소리를 낼 수 없으며 그럼으로 인해 더욱 더 소외받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우리대학에는 어느 집단보다 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소외 받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2만명에 달하는 학생들이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소수자를 수적으로 적은 사람들이 아닌, ‘힘의 관계에서 약자인 사람들’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바로 1만 8천 3백여 명이나 되는 엄청난 숫자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대표를 뽑는 총장 선거에서 어떤 권리도 행사할 수 없는 우리대학 학생들이 바로 그렇다. 대학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총장 선출에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학생들은 철저히 배제되고, 소외된 약자들인 것이다.
  사실상 지난 3월부터 18대 총장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총장 후보자들은 각종 공약을 내걸고 학내 구성원 중 일부인 직원, 교수에게 열심히 자신을 알렸다. 하지만 대학 3주체 중 하나인 학생들에게는 이런 행위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학생들에게는 총장 선출권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학생들은 공약에서조차도 소외받고 있다. 총장 후보자들은 교수와 직원의 복지 혜택을 확대하고, 연구비 지원을 확대한다는 공약을 펼치고 있지만, 교육 재정 확보에 대한 이야기나 학생들의 교육 환경 개선에 대한 공약은 미비하다. 총장 선거에 있어 학생들은 철저히 배제당하는 ‘소수자’인 것이다.
  2003년 경남 경상대에서 국립대 최초로 학생들에게도 총장 선출권을 부여한 이래, 2006년 대구 경북대 학생들에게도 총장 선출권이 주어졌다. 이는 총장 선거에서 학생들을 소외시키지 않고, 학내 구성원으로서의 합당한 권익을 부여하는 흐름들이 전개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경상대에서는 총장 선거에 학생들이 참여한 이후, 도서관이 2개 더 설립되고 교육 환경이 개선되는 등 학생들을 위한 정책이 늘었고, 등록금 문제에 대해 학생·교수가 함께 논의하고 고민하는 등 교수·직원·학생 대학 3주체의 의사소통이 더 활발해졌다. 경상대에서는 학생들의 총장 선출권 획득이 학생의 평의원회 참여로 이어져 학생들의 목소리가 대학 운영에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남들과 외모나 성적 취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 대우를 받으며 이 사회에서 항상 한쪽으로 밀려나는 사회적 소수자들과 총장 선거는 학생들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잘못된 고정관념 때문에 벙어리처럼 있어야 하는 우리 2만 여명의 학생들이 다른 점이 무엇인가.
  “학생도 학교의 주인이다.” 플래카드에 적힌 이 당연한 문구가 등록금 납부 때만 이용당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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