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왜 전남대학교에 다니세요?”

  한국은 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에 들어갔다. 이러한 가운데 지역거점대학으로서 전남대학교가 완수해야할 책임과 역할도 보다 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과도기에 여기에 온 외국인인 나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남대에 와서 가장 먼저 요구받은 것은 지역주민으로서의 시야와 자각이었다. 배우고, 연구하고, 가르치고, 어떤 활동을 할 때에는 이 지역에 관한 폭넓은 지식이 바탕이 되어 있어야만 가능했던 것이다.
  언어를 전공하고, 교육 활동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인지 통역, 번역에 관한 요청을 받을 때가 많다. 통번역 작업은 언어면, 문화면 등을 포함하여 이 지역 사람보다 더 많은 전문성을 요구한다. 이는 지방행정, 지방경제 등 지방정책 전반을 비롯하여, 지역 관광정보 등 다양한 분야에 이르고 있다. 이들 정보에 정통하지 않으면 대학의 구성원으로서 진정으로 배우고, 일해 나갈 수 없다. 외국인에게 이 정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면 당연 한국인 학생들에게는 더 이상을 요구하고 있을 것이다.
  요즘 들어 ‘글로벌 마인드 제고’, ‘글로벌 리더로의 육성’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적극적인 외국인 학생유치 활동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해외연수의 대폭적인 확대를 들 수 있다.
  최근 10년 동안 학생들에게 있어 세계화를 위한 환경은 몰라보게 좋아졌고, 인재육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도 정비되었다. 다만 다소 마음에 걸리는 것은 지나치게 밖으로만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글로벌 마인드를 제고한다는 것은 세계 여러 문화의 다양성을 몸으로 느끼고, 자신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생각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자세를 육성한다는 것이다. 즉,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지역, 지방, 그리고 국가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 만이 비로소 다른 것과의 비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방화와 세계화는 상반되는 개념이라고 하는 의견도 있지만, 반대로 양쪽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할 수도 있다. 분명 10년 전만 해도 지방화라는 부분에서 전남대는 한국에서 유례없는 대학이었을 것이고, 지역거점대학으로서의 지위를 확립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러한 자긍심을 세계에 발신한다는 사명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지역거점대학으로서의 위치는 흔들지 않았을 것이다. 단 의식면에서는 다소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밖에 없다.
  이전에는 ‘왜 전남대에서 배우고 있느냐?’란 물음에 나름대로 자신의 답을 분명히 말하는 학생들이 많았던 것 같다. 이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계기가 어떻든 간에 적어도 여기서 배우고 있는 이상 그 답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
  전남대, 이름 그대로 전라남도의 중심대학이다. 대학 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역과 세계를 껴안는 으뜸 대학’이라는 비전, 이러한 비전도 언젠가는 바뀔 수 있겠지만, 기본적인 이념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지방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전남대 구성원들 모두가 애교심과 자부심을 갖고 지역거점대학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더 나아가 세계를 향해 발신할 수 있는 인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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